증권사 콜차입·결제 비상…36사 만기도래액 하루 9천억인데 돈줄 얼어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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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용공황 속에서 고려증권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부도를 내고 쓰러짐에 따라 증권사들의 돈줄잡기에 비상이 걸렸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36개 증권사에 이날 하룻동안 만기도래한 콜차입 규모는 무려 9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자체보유 채권을 담보로 한국은행으로부터 4천억원의 국공채환매조건부채권 (RP) 지원을 받았지만 나머지는 개별적으로 간신히 고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이날 콜 결제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는 바람에 주가가 폭락세로 기우는 등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단기차입금 10조원 대부분이 만기가 3개월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금융경색이 더 지속될 경우 부실화가 심한 증권사들은 버티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일일 결제규모 과다 = 이들중 자금여유가 있는 일부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가 자체신용으로는 콜자금 차입이 여의치 않아 극도의 위기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4대그룹 계열증권사의 경우도 매일 만기도래 콜자금 규모가 많게는 3천억~4천억원에 달해 자금조달에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며 "그룹신용으로 간신히 차입하고 있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 신용공황이 원인 = 이같은 단기차입금 과다사용이 평상시에는 문제되지 않았지만 최근 신용공황현상이 전개되면서 금융기관들이 콜대출을 축소하자 증권업계에 불똥이 튀게 된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고려증권이 일시적 자금 경색으로 부도처리된 이후 단기차입금이 과다한 증권사를 더욱 불신하면서 자금 제공을 꺼리고 있다.

자금회전이 제대로 안됨에 따라 4대그룹의 계열증권사마저 돈줄을 잡지못해 고전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타증권사들은 만기도래한 어음 결제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은 물론 하루하루의 운영자금을 마련할 길도 막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자체자금 마련도 난항 = 이에 따라 증권사 사장단들은 지난 6일 증권업협회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자금력이 풍부한 증권사가 다른 증권사들들을 돕도록 논의했지만 8일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또 증권시장안정기금에 증권사들이 출자지분 (1조7천억원) 을 담보로 은행권에 자금지원 요청을 시도하고 있으나 회사별로 많아야 2천억원에 불과해 역부족인 실정이다.

증권사들은 은행권의 자금지원이 더 축소될 경우 3조원에 이르는 보유상품채권을 추가담보로 제공해 자금확보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부터 금융시장펀드 (MMF).고금리RP 판매를 통해 개인고객의 돈을 끌어들이고 있으나 운용대상인 기업어음 (CP).회사채 등의 부도우려가 커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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