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한라그룹 산업계 파장…1만여 관련업체 부도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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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라그룹의 부도로 자동차부품.건설등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완성차업계등 산업 각 분야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화의를 신청키로 한 만도기계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자동차산업 전반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고, 공사중인 경부고속철도등 대형 사업과 일부 아파트의 입주지연등 건설 현장에도 당장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협력업체들의 경우 당장 자금난에 봉착할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연쇄부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한라의 1차 협력업체는 ▶중공업 1천4백개 ▶만도기계 4백개 ▶건설 4백개 ▶시멘트 7백개등 2천9백개사가 넘으며, 다른 계열사들의 하청업체와 2, 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한라의 부도로 직.간접 영향을 받는 기업은 1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자동차산업 = 국내 최대의 자동차부품사인 만도기계의 화의신청 방침으로 자동차업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만도기계는 현대자동차.현대정공.기아자동차.쌍용자동차.대우중공업등 완성차업체에 연간 1조5천억원 상당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들이 납품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만도기계에 대한 부품공급을 중단할 경우 곧바로 조업차질이 예상된다.

이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이다.

현대의 경우 한라 계열사에 대한 부품공급 의존율이 50%에 이르고 있어 만도의 조업중단은 곧바로 현대의 차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모터류와 에어컨을 전량 한라에서 공급받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7월15일 기아사태 이후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부품 재고를 1주일치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장 먼저 타격이 예상된다.

◇ 건설 = 현재 국내외 1백25곳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라건설측은 "현재 진행중인 아파트.오피스텔 공사등은 대부분 입주예정 시기를 맞출 수 있어 입주예정자들에게 별다른 피해가 없겠지만 입주시기가 임박한 일부 현장의 경우 1~2개월의 공사지연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한라가 현재 맡고 있는 공공사업은 ▶경부고속철도 2곳▶서해안고속도로 4곳▶인천신공항 6곳등 모두 8천4백60억원 규모로 집계돼 이 분야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 조선 = 한라중공업의 조선수주량 (대부분 해외) 은 11월말 현재 1천2백28만t. 수주잔량 45척 (약 18억달러 상당) 으로 2000년까지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한라는 수주한 배는 차질없이 발주사에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한라중공업 부도로 대외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해 내년 우리나라 조선 전체의 수주활동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유권하·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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