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분노의 포도…대공황 시대 농민들의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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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존 스타인벡의 원작이 미국 현대문학사에서 기념비로 평가되는 것만큼 거장 존 포드가 만든 영화도 영화사에서 이에 못지않은 호평을 받았다.

음침한 흑백화면에다 대공황의 절망에 빠진 미국 농촌의 모습인데다 복잡미묘한 대사와 이야기가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훌륭한 고전을 감상한다는 심정으로 자세를 가다듬고 주의깊게 볼만한 작품이다.

EBS에서 원어와 깨끗한 한글자막으로 방영하므로 비디오로 녹화해서 장서처럼 보관해놓을 만한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

영화를 평가할때 작품성, 완성도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면 이 작품은 그 전범이 될만하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존 포드나 당대 최고의 연기파로 평가받은 헨리 폰다, 스타인벡의 장편을 빼어나게 영화적으로 해석해낸 각색 너널리 존슨 등 그들 자신들조차 최고의 업적으로 꼽는 작품이다.

남녀 조연들과 음악, 미술 모두 할리우드 최고의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욕적인 IMF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 작품이 상기시키는 점도 깊이가 있다.

기회의 나라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 만을 추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의 갖가지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러가지 사회모순들에 대해 비참한 주인공들이 분노가 격해지는 것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삶과 사회에 대해 다양한 성찰을 해보는 계기가 될것이다.

냉철한 사회비판적인 요소는 이것이 정말 할리우드의 작품인가하는 의구심마저 낳게 한다.

채규진 기자

EBS 오후2시20분감독 : 존 포드 주연 : 헨리 폰다·제인 다웰

제작 : 1940년.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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