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로켓 발사의 승자와 패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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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호 30면

북한의 2007년 국내총생산(GDP)은 260억 달러였다. 미 포브스지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갑부인 워런 버핏의 재산은 700억 달러 남짓 된다. 주권 등을 돈으로 셈하기는 사실 불가능하지만 GDP만으로 본다면 버핏이 북한을 사는 게 그다지 문제되지 않을 듯하다. 그는 몽골 등도 함께 사들일 수 있다. 경제적 역량이 별 볼일 없는 북한이 최근 로켓을 발사했다. 성공 여부를 놓고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쪽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쪽은 성공했노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은 로켓 발사의 성공 여부가 아니다. 이번 로켓 게임에서 진정한 승자는 누구이고 패자는 누구인지가 우리에겐 더 중요하다.

내가 보기에 승자는 북한의 절대적 지도자인 김정일이다. 그는 로켓 발사로 자신의 건강과 절대권력 승계 문제에 집중된 국제사회 관심을 돌려놓을 수 있게 됐다. 조만간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도 쏙 들어가게 했다. 또 미국과 일본 등의 분노를 샀지만 내부 결속을 강화할 수 있을 듯하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의 대포동 2호 로켓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란 등도 승자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등이 실패했다고 깎아내리는 바람에 그 나라들이 좀 더 싸게 북한 로켓을 사들일 수 있을 듯하기 때문이다.

이번 게임의 패자는 승자보다 많다. 첫 번째 패자는 북한 주민이다. 로켓 발사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바람에 그들의 생활 수준이 개선될 수 없었다. 더욱이 이번 로켓 발사에 분노한 미국과 일본 등이 식량 지원을 줄이려 할 게 뻔하다. 그만큼 앞으로 그들의 일상생활이 더 곤궁해질 수 있다.

미국·일본·한국도 잃은 쪽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북한 로켓 발사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달갑지 않은 외교 문제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이란에 이어 북한이라는 또 다른 골칫거리가 있음이 재확인된 셈이다.

일본은 정식 발사 하루 전에 북한 로켓이 치솟았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다. 북한 김정일이 일본의 불안감을 이용해 이 나라를 쥐락펴락할 수 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북한은 일본의 경고를 무시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아시아 최대 경제를 자랑하는 일본이 버핏 재산의 절반 가치도 되지 않는 북한을 움직이지 못했다.

한국도 무력감에 시달려야 했다. 대북 지원과 남북 교류를 줄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카드가 없었다. 북한 로켓 발사는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리스크를 평가할 때 북한의 미사일 변수를 감안할 게 뻔하다.

중국은 승자일까 패자일까?

내가 보기에 중국도 이번 게임에서 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에 반대해 북한의 후원국으로서 위상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로켓 발사는 중국 지도자들이 보기에 타이밍이 좋지 않은 사건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실력자들은 GDP 3조3000억 달러 규모인 자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휩쓸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모든 에너지를 경제에 집중해야 할 판에 북한 로켓 발사라는 달갑지 않은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

더욱이 중국이 ‘국제적 말썽꾸러기’로 인식된 김정일을 돕는 게 국제사회에서 중국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을 돕는 일이 아프리카의 독재자나 부패한 지도자를 도와주는 대신 에너지 등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행위보다 중국 이미지에 더 나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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