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 조작 '위험 수위'…검찰,내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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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S은행 서울 만리동지점은 4일 고객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X은행이 곧 무너지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하루 빨리 예금을 우리 은행으로 옮기라" 고 권유했다.

A은행등 일부 은행의 본점에서는 지점장들에게 자금 사정이 좋지않은 일부 은행의 약점을 최대한 고객들에게 알려 예금을 유치하라고 독려했다.

J화재보험은 3일 전국 각 지점에 경리부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 합병 소문이 난 3개 은행 계좌 사용중지를 지시했다.

이 회사는 합병설이 떠도는 3개 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으로 보험금 입금을 안내하도록 권유하고 카드결제 계좌등도 다른 은행으로 변경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이같은 지시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IMF) 과 긴급자금지원에 거의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 오전부터 일부 은행과 금융사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 을 유포시켜 예금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으로 '변칙 예탁금 유치운동' 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본지 취재팀이 확인했다.

이들 금융사들은 일부 은행이 인수.합병 (M&A) 된다 하더라도 정부가 예금 전액 지급보장 사실을 밝히고 있는데도 예금주들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금융기관에 넣어둔 예금을 인출하도록 집요하게 권유하고 있다.

Y은행 宋모 대리는 "일부 은행들이 악성루머를 유포하는데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문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며 전직원이 나서 고객을 설득하지만 막무가내로 예금을 인출해가는 사람이 대부분"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행감독원은 3일 시중은행등에 공문을 보내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유포시키고 예금을 유치하거나 특정은행과 거래중지를 지시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중 문책하겠다" 고 밝혔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송보경 (宋寶炅) 회장은 "일부 금융사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는 방법으로 예탁금을 유치하는 것은 '나만 살고 보자' 는 파렴치한 행위" 라고 말했다.

한편 경영상태가 비교적 건실한 대기업 직원 수십명에게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회사가 부도난 사실을 알고 있느냐" 고 묻는등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악성루머 퍼뜨리기도 성행하고 있다.

이는 일부 외국 펀드들이 해당 기업체의 주가를 더욱 떨어뜨려 차익을 보기 위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행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검찰에서는 이들의 혐의를 포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제원.전진배.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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