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수필집 펴낸 코미디작가 홍정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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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생살이의 쓴 맛, 단 맛을 다 보고나니 모든 일에 회한섞인 웃음만 나옵디다."

코미디 작가로 20년을 지내온 홍정표 (48) 씨가 지나온 삶과 어머니에 대한 회상을 담아 자전적 수필집 '엄마 구박해서 미안해' 를 펴냈다 (단刊) . '코미디 전망대' 등 1백여편이 넘는 프로그램에서 남을 웃기는 일에만 전력을 다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눈물 나는 자신의 과거를 담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책제목은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노모의 빈소에서 여동생이 울며 털어놓았다는 말에서 따왔다.

반목과 오해로 서로에게 한을 안겨다 주었던 가족간의 이야기며, 고등학교 시절 죽마고우, 어려운 때를 함께 보냈던 동료들의 일화가 책속에 실려 있다.

알코올 중독으로 평생 가족의 가슴에 못을 박고 돌아가신 아버지, 시앗까지 본 남편의 무관심속에 억척스럽게 살아오신 어머니, 오빠의 그늘에 가려 평생 주눅 들어 자라온 여동생등 부끄러운 가족사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는 "세상은 언제나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기가 없었던들 지금처럼 인생을 관조하게 되지는 못했을겁니다" 라며 "남을 웃기는 방법도 내 슬픔을 잊어보려다가 터득한 모양" 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무성영화의 변사였던 아버지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고 술로 세월을 보내던 시기, 밤마다 집안에서는 고성이 오고갔지만 그는 낮 동안엔 학교의 인기 스타였다.

지금은 유명한 사회자이지만 고등학교시절 단짝 친구였던 임성훈씨와 함께 점심시간이면 가수와 배우들을 곧잘 흉내내곤 했다고. 그렇게 발휘된 끼가 때리고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벗어나서 말로 웃기는 스탠딩 코미디 시대에 접어들자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화려한 시절도 가고 어느덧 개그계에서는 '명퇴자' 신세가 됐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깨가 축 처질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부인과 두 딸이 있는 그의 집은 아직도 웃음이 그칠 날이 없다.

어떤 일에도 손해만은 없다는 그의 신조 탓이다.

"고난과 설움 받는 속에서도 우는듯 웃는듯한 하회탈이 꼭 나같다" 며 홍씨는 "이기적으로만 살지 않는다면 여러 곤란을 겪는 것도 기나긴 인생살이에는 좋은 약이 된다" 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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