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흐 대표작'해바라기' 위작논쟁 국제전 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반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 를 둘러싼 위작논쟁이 한 해가 저물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오히려 국제 공방전으로 비화되고있다.

문제의 발단은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 의 지난 7월1일자 기사.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품감정가인 베누아 랑데와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드 로베르티스의 장기간에 걸친 연구조사에 토대를 둔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 87년 3월30일 런던의 크리스티사가 일본 보험업계의 부호 고토 야스오씨에게 판매한 '해바라기' 가 사실은 가짜라는 것. 이 그림은 당시 3천9백92만1천달러 (약 5백10억원) 라는 전대미문의 경매가를 기록하며 연일 매스컴에 오르는 등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고흐의 서신을 면밀히 조사검토한 랑데는 고흐가 1888년 8월부터 이듬해 1월에 걸쳐 모두 6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남긴 것은 사실이나 그 중 문제의 '해바라기' 같은 그림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구성의 취약성, 조잡한 형태, 서투른 덫칠법등으로 미뤄볼때 고호의 그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그는 당시 유명한 그림상 아메데 슈페네커의 동생이자 고호와 교분이 두텁던 동료화가 에밀 슈페네커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알려지자 미국의 슈페네커 전문가인 질 엘리스 그루스보겔교수도 '르 피가로' 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내왔다.

또한 영국의 BBC방송도 지난 10월 26일 영국의 고흐전문가들을 인용, 이러한 입장을 확인하는 내용의 방영물을 내보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고흐의 조국 네덜란드가 반격에 나섰다.

지난 11월 암스테르담에 소재한 반 고흐미술관의 전문가들은 문제의 그림이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때 결코 위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파리 오르세 현대미술관은 내년 10월에 고흐 특별전시회를 조직, 진위를 밝히겠다는 각오을 보였다.

한편 문제의 그림을 소장한 고토 야스오씨는 위작임이 판명될 경우 크리스티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사측은 고흐의 양녀인 요한나 반 고흐가 그림수집가 라 로슈코프에게 판 그림을 독일의 미술사전문가 롤란트 도른박사의 중계로 사들인 것이라며 가짜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도른박사는 요한나 반 고흐로부터 사들였다는 부분에 대해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