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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시대 대응전략]2.변화하는 기업…우선 살아남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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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IMF가 긴급자금을 지원하면서 강도높은 긴축을 요구함에 따라 기업 경영에도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경영 투명성' 이 강조되면서 연결재무제표 작성 의무화등 회계제도가 대폭 강화되고 상호출자및 보증이 정리 또는 축소되며, 이른바 선단.문어발식 그룹 경영도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특히 연쇄도산까지 우려하는등 가혹한 시련을 겪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이에따라 "당분간은 '생존' 이 최대 목표" 라는 대전제 아래 한계사업 정리.부동산 매각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현금 확보.부채비율 축소.인건비 감축.투자 축소.경비절감등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재계는 투명 경영문제에 대해선 "자칫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는 신중론과 함께 "차제에 의식과 관행을 선진국형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는 반응이다.

재계는 또 IMF 지원을 계기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되고 각종 규제가 완화되며 정리해고 도입등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는등 순기능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 그룹은 IMF협상 결과를 반영해 내년 사업계획의 전면 재조정에 나선 가운데 '투자.경비는 대폭 줄이되 수출로 활로를 연다' 는 기본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기업들의 내년 1차 목표는 성장이 아닌 적자 면하기" 라며 "98년을 버티는 회사만이 2000년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채비율 축소.흑자 기록등 건전재정 유지가 최대 목표" 라고 말했다.

삼성은 IMF 주문에 관계없이 향후 해외차입을 위해선 투명한 재무제표가 필수라고 보고 이에대한 대응책 마련에도 나섰다.

현대그룹은 단기자금 조달의 어려움에 대비키 위해 선박.철도등 수주때 선수금 받는 비율을 높이고 전환사채등 주식형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현대는 투명경영을 위해 사외이사.감사제 확대도 검토중이다.

대우그룹도 ▶프랑스 전자투자 재검토등 해외투자 조정 ▶세진.세계물산등 계열사정리 ▶임원 30% 해외파견등 전방위 대책을 세우고 있다.

유한수 (兪翰樹) 포스코경영연구소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가 기업 자금난" 이라며 "긴축.감량경영 정도로는 안되고 생존경영을 해야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핵심사업의 경우 현대 (제철).삼성 (자동차).동부 (반도체) 등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자금조달등 여건이 불투명해 해당 기업들이 고심하고 있다.

또 기아자동차.한보철강.삼미특수강등 부실기업 정리에 엄격한 시장원리가 적용될 경우 자동차.철강업계 전체의 구조조정도 예상된다.

업종별로 자동차는 수입개방 확대, 전자는 해외 대규모 투자재원 조달, 건설은 긴축에 따른 건설수주의 어려움등을 우려하고 있다.

미래유망산업으로 꼽혀온 정보통신업체들도 IMF 한파에 따른 투자 축소및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한국통신은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20% 감축하는 한편 임금동결등 초긴축 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효차 (李孝次) 이사는 "요즘엔 대기업과 협력관계인 중소기업이 더 어렵다" 며 "중소기업들은 연쇄도산까지 우려되는 만큼 보수적인 투자.자금계획을 운용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영수 (金榮洙.한국전장대표)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이사장은 "건실한 기업이 흑자도산하지 않도록 진성어음 결제 보장등 돈이 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은 IMF 협상타결로 경영의 투명성 제고.독점 규제및 경쟁촉진정책 가속화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민병관.하지윤.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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