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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 손금 보듯이 살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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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곳곳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KTX 천안아산역의 시민안전 통합관제센터. 446대 CCTV가 바통 넘겨 받듯이 연이어 중계해 도주 차량도 손쉽게 추적한다. 조영회 기자

#1. 2일 오후 2시 KTX천안아산역 내에 있는 천안·아산 시민안전 통합관제센터(이하 통합관제센터). 한 모니터요원이 천안 병천의 한 초등학교 앞 건널목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모니터 요원 이혜정(38·여)씨는 CCTV를 통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하는지를 살폈다. 학생들이 길을 건너려고 하자 이씨가 “위험하니까 차들이 오는지 잘 보고 건너”라고 했다. 이씨의 마이크는 현장 CCTV에 같이 설치돼 학생이나 시민들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방법을 가르쳐주거나 신고를 받을 수 있다.

#2. 지난해 11월12일 오전 7시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 먹자골목 내 H식당 부근. 모니터요원 한미숙씨가 CCTV를 통해 골목을 살펴보던 중 한 남성이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또 다른 남자의 주머니를 뒤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절도현장이 모니터요원에게 발견된 것이다. 요원은 곧바로 인근 두정지구대에 지령을 내렸고 범인은 사건 발생 5분 만에 현장에서 붙잡혔다. 통합관제센터 CCTV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한 순간이었다.

2007년 5월22일 KTX천안아산역에 천안·아산 시민안전 통합관제센터가 문을 열었다. 당시 천안·아산지역은 급속한 인구 증가와 도시 팽창으로 각종 범죄가 급증하면서 치안이 불안해졌다. 자치단체와 경찰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천안·아산시와 경찰이 나서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두 지역에서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CCTV를 설치하고 모니터를 통해 예방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여러 차례의 논의와 협의를 거쳐 250여 대의 CCTV를 설치하고 이를 관리한 센터도 개설했다.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현장을 살피고 범죄발생 징후를 포착하면 해당 지구대에 지령을 하달, 범죄예방과 현행법을 검거하도록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천안에 213대, 아산에 233대 등 446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지역간 통합관제시스템은 전국에서 천안-아산이 처음 시도한 것으로 다른 지역의 벤치마킹이 이어지기도 했다.

◆어떤 일 하나=통합관제센터는 모니터실과 브리핑실, 부대시설을 갖추고 경찰 11명, 모니터 요원 9명 등 20명이 1일 3교대로 근무한다. 천안경찰서, 아산경찰서가 운영하던 112신고센터 기능도 갖췄다.

애초 경찰서 별로 접수 받던 112신고 무선망도 통합해 천안·아산에서 ‘112’ 신고를 하면 모두 이곳으로 취합된다. 원활한 신고를 위해 중계소와 12개의 수신소가 설치됐다. 산 꼭대기나 저수지 한 가운데, 계곡에서도 24시간 신고가 가능하다. 통합관제센터의 주요 임무는 ‘눈으로 도는 순찰’이다. 차량, 자전거, 도보 순찰이 놓치기 쉬운 구석구석 순찰이 가능하다. 신속성 또한 최고다. 480여 대의 CCTV가 100~500m 단위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범죄현장이 목격되면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통합관제센터 요원들은 우선 등·학교 시간이면 학교주변 순찰을 강화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범죄 중 하나가 납치이기 때문이다. 학교 앞에 설치된 CCTV는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줌렌즈를 당기면 교복에 새겨진 이름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심야시간에는 유흥업소가 모니터 대상이다. 유흥가는 항상 범죄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주취자가 있으면 지구대에 지령을 내려 안전하게 귀가를 시키고 싸움이 나더라도 곧바로 출동해 해결한다. 일부 시민들은 싸움을 하다가도 경찰이 출동한 것을 보고 “어떻게 알았대?”라며 놀란다고 한다. 그 만큼 신속한 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새벽시간엔 원룸과 주택가 주변을 주로 살핀다. 여성과 대학생들이 주로 사는 원룸 역시 범죄의 대상 중 하나다. 하지만 CCTV 하나면 침입은 물론 건물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한다. 모자를 눌러쓰고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며 서성거리면 곧바로 경찰이 출동한다. 범죄심리 자체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범죄예방 효자 CCTV=2007년 5월22일 통합관제센터 개소 이후 지난 해 말까지 1276건의 범죄관련 지령을 내려 212명을 검거했다. 수배자 검거를 포함하면 238건에 달한다. 수사에 활용할 자료도 1081건이나 확보했다.

범죄건수도 크게 줄었다. 2007년 7088건에 달했던 천안시의 5대 범죄 건수가 2008년엔 6839건으로 247건 줄었다. 검거는 3286명에서 3421명으로 135명 증가했다. 아산의 5대 범죄 건수도 2007년 2048건에서 2008년 1546건으로 502건이나 감소했다. 특히 아산의 경우 1년 사이 범죄건수가 25%나 급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발생 건수 대비 검거율은 천안 3.7%, 아산은 13.1%가 늘었다.

통합관제센터는 아산 신도시가 완공되면 CCTV 500대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500대가 추가되면 천안·아산을 지키는 CCTV가 모두 1000여 대로 늘어나게 된다. 말 그대로 ‘물 샐 틈 없는 모니터’가 되는 것이다.

신진호 기자


1 전국 경찰서 “강도 용의자 추적하라”
2월 초 전국 경찰서에 충청·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연쇄강도 사건의 용의자가 사용한 차량정보가 하달됐다. 천안·아산은 수도권과 영·호남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로 범죄에 이용된 차량들의 통행이 잦은 곳이다. 통합관제센터를 지키던 경찰관 3명과 모니터 요원 3명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곧바로 고속도로IC, 주요 국·지방도, 교차로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통행차량 정보에 나섰다. 한 시간쯤 지나 한 요원이 국도를 지나던 차량을 발견했다.

2 천안·아산 관제센터 “OK! 발견, ~~로 이동 중”
차량발견 즉시 관제센터는 전국 경찰에 정보를 하달했다. 관할 경찰서와 지구대에는 출동지령을 내렸다. CCTV를 이용해 차량의 이동경로를 관찰했다. 용의자가 차에서 내려 도주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차량의 예상 이동경로를 따라 모든 CCTV가 집중됐다. 지령을 받은 인근 경찰들이 모두 출동했다. 교차로를 차단하고 IC 등 도주로도 차단했다. 경찰서에서 당직을 서던 형사들도 지령을 받고 검거 예상지점으로 출동했다.

3 순찰차 “눈앞에 있다! 잡았다!”
용의차량이 발견된 CCTV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순찰 중이던 순찰차가 추격에 나섰다. 통합관제센터와 무선연락을 취하며 추격전을 벌였다. 경찰을 발견한 용의자는 과속으로 달아났다. 20여 분간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외곽으로 달아나던 용의차량도 CCTV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관제센터에서 보낸 이동경로가 그대로 순찰차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달아나던 용의자는 결국 도주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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