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국립극장 26년만에 완공…관객 접근성 최대 배려한 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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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달 22일 오후5시 도쿄 (東京) 신국립극장 (新國立劇場) 내 오페라하우스에서 일본과 독일이 합동으로 제작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의 막이 올랐다.

신국립극장 오페라하우스는 지난 10월10일 단 이쿠마 (團伊玖磨.73) 의 창작오페라 '다케루' 를 초연하면서 문을 연 일본 최초의 오페라.발레 전용극장. 지하철 게이오신센 (京王新線) 하치다이 (初台) 역에서 에스컬에이터를 타면 막바로 신국립극장 입구로 통한다.

신국립극장은 지난 93년 개관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비해 4년 늦게 문을 열었지만 준비기간은 훨씬 더 길었다.

도심재개발 측면에서 정부와 민간의 합작으로 71년부터 추진돼온 건설계획이 26년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이곳을 통과하는 지하철 노선을 증설한 후에야 오페라하우스 설계에 돌입한 것을 보면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극장의 선결과제임을 뼈저리게 인식한 것 같다.

이름은 국립이지만 준공과 함께 민간인으로 구성된 운영재단에게 책임을 맡긴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케스트라 박스는 1백20명 규모의 4관편성 교향악단을 수용할 수 있으며 무대 높이도 38.3m로 충분히 입체감을 살릴 수 있게했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30m 이내로 좁혀 어느 좌석에서도 넓은 시야와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잔향시간은 약 1.5초. 신국립극장은 오페라하우스 (1천8백14석, 오페라.발레).중극장 (1천1백66석, 연극.뮤지컬).소극장 (4백50석, 연극) 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중극장.소극장은 가변형 무대를 활용, 관객과의 거리감을 없애는데 주력했다.

오페라하우스 옆에는 사무실.상가.미술관.4개의 레스토랑이 입주한 54층짜리 '오페라 시티' 와 함께 민간이 운영하는 콘서트홀 (1천6백석) 이 들어섰다.

신국립극장은 이 빌딩에 조망권 (眺望權) 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받은 수익금으로 운영기금의 일부를 마련했다.

당분간 전속단체를 두지 않고 프로덕션제로 운영되며 오케스트라 반주는 도쿄 소재 3개 교향악단이 번갈아 가면서 맡게 될 계획. 바그너의 손자 볼프강 바그너가 연출.무대.의상을 맡았던 '로엔그린' 의 출연진은 바이로이트 오페라의 주역가수들과 일본 성악가들의 더블 캐스팅. 합창과 지휘.오케스트라는 일본인이 맡았다.

22일 공연에서는 바이로이트에서 온 주역가수들보다 무대장치.합창.지휘.오케스트라가 훨씬 돋보였다.

이날 공연을 참관한 박수길 (朴秀吉) 국립오페라단장은 "음향.시설면에서 세계적 수준" 이라며 "신국립극장과의 공동제작 등 교류방안을 모색중" 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오후7시 신국립극장 내 오페라시티 54층에서 일본바그너협회 주최로 열린 조촐한 파티에는 일본.독일.미국.캐나다의 바그너협회 회원과 함께 한국바그너협회 (이사장 金瓊元) 회원 6명과 베를린도이체오퍼 주역가수로 24일 요코하마 공연에서 베르크의 '보체크' 에 출연했던 베이스 연광철씨도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신국립극장에서는 프랑코 제피펠리 감독의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는 베르디의 '아이다' 가 내년 1월15일부터 24일까지 상연될 예정. 플라시도 도밍고의 후원을 받으면서 '제4의 테너' 로 떠오르고 있는 호세 쿠라가 라다메스역을 맡은 이 공연은 이미 전석매진됐다.

또 푸치니의 '나비부인' (4월8~15일) ,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5월6~14일) , 베르디의 '나부코' (6월18~25일)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아라벨라' (9월19~23일) ,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10월10~14일) 등이 상연될 예정이다. 신국립극장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http://www.nntt.jac.go.jp.

도쿄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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