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 온 러시아작가 쿠라예프…“러시아 문학은 전통으로 복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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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세계문학을 4계절로 나눈다면 러시아문학은 겨울이다.

시베리아의 추위와 '죄와 벌' 의 가난, '카추샤' 의 기구한 운명. 겨울로 접어든 지난 26일 상트 페테르부르그 출신 작가 미하일 쿠라예프 가 한국 노어노문학회 (회장 장실) 초청으로 내한했다.

소련에 개방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난 87년 소설 '딕쉬테인 대위' 로 데뷔해 10년만에 현대 러시아문단의 정상을 탈환한 쿠라예프는 오늘의 러시아문학에 대해 "포스트 모던을 벗어나 전통으로 복귀하고있다" 고 밝혔다.

- 자유화 이후 러시아는 정치를 얻고 문학을 잃었다고 한다.

창작의 공백과 문학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본질적으로 문학이란 위기속에서 커간다.

포만감에 넘친 사회에서 작가들의 도약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우리 작가들은 진리란 고난의 행로에서 얻어진다고 믿고 있으며 러시아문학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 많은 작가들은 과거 비밀경찰의 검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상업의 검열' 이라고들 한다.

시장경제로 전환하며 순수문학 출판이 제약받고 있지 않은가.

"사실이다.

그러나 더 큰 제약 요인은 갑자기 주어진 사고의 자유다.

뭐든지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게 그런 분위기에 길들여지지 않은 러시아 작가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과거 소련은 문학의 내용과 주제까지 국가가 정해주었다고해도 지나치지 않다."

- 현재 러시아 문학의 기본 흐름은.

"포스트 모더니즘 유행병에서 벗어나 전통으로 복귀하는 추세다.

지난세기부터 러시아문학의 도도한 흐름을 이뤄온 휴머니즘과 사회의식및 비판정신이 회복되고 있다."

- 최근들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과 옐친 대통령 사이가 악화되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대선때 크렘린에서 만난 두 사람은 국가운영과 민주화방식을 놓고 극심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그런 이유에선지 그 후부터 매스컴에서 솔제니친의 모습이 뜸해졌다."

- 당신의 근작 '레닌그라드에서 상트 페테르부르그로의 여행' (96년) 은 어떤 소설인가.

"상트 페테르부르그는 러시아제국의 수도였으나 볼셰비키 혁명 후 레닌그라드로 개칭되었다가 최근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부침을 통해 러시아 역사를 재조명해본 작품이다."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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