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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시대대응전략]1.흔들리는 일자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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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실업시대에서 살아남는 지름길은 자신의 몸값을 자기 스스로가 높여 경쟁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IMF구제금융 결정이후 저성장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일자리' 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기업들마다 살아 남기 위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경상경비를 줄이기 위한 인력감축이 불가피해지고 이에 따른 실업증가도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대.삼성.LG.대우경제연구소등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3%대에서 조정될 경우 실업률은 최고 5%대를 넘어서고 실업자수는 1백만~2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실업자수가 50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정치사회적 파장이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다.

취직을 포기해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혀 실업자통계에서 아예 빠지는 '고용시장 탈락자' 와 1주일에 몇시간밖에 일하지 못하지만 취업자 (1주일에 1시간 근로 기준) 로 잡히는 '불완전 취업자' 까지 합친 실제 체감실업자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실업자들이 유통이나 자영업으로 몰릴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마저 위축될 것으로 보여 이 역시 돌파구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

식구 가운데 한사람이 일자리를 잃으면 전 가족이 고통받는다는 점에서 줄잡아 전 국민의 10%인 4백만명이 실업의 고통을 피부로 느끼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내년에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면 기업들이 평상 체제로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 이라며 "경기악화에 따른 고용불안은 피할 수 없는 일" 이라고 말했다.

신규채용의 억제도 문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성장률이 1%포인트 늘어날때 고용은 5만명 늘어난다" 며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때 신규 취업자 15만명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대량실업사태와 함께 취업시장도 급속히 냉각돼 대졸실업자가 양산돼 아버지.어머니가 나가지 않으면 아들.딸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무엇보다도 '고용안정' 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급격한 감원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월급을 줄이더라도 실직을 최대한 막는 것이 중요하며 재교육.기술교육.창업교육을 실시해 전직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 (李弼商고려대교수) 독일의 폴크스바겐사가 단체협약에서 고용보장 대신 주4일 근무와 임금의 10% 삭감에 합의한 것은 앞으로 우리의 노사협상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년 노사협상에서는 정리해고의 즉각적인 실시요구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등 직무분담제의 도입이 중요 쟁점이 될 것이다.

" (金榮培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 "사용자의 자구노력.실직방지 프로그램등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조업단축등을 통해 고용불안을 해결해야 한다.

" (민주노총 尹于鉉정책부국장)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의 한 노조간부는 "회사가 살아야 일자리도 보장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있기 때문에 임금을 좀 적게 받더라도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고 말했다.

실업대란시대를 맞아 자신을 지켜줄 중요한 방어수단이 될 자격증과 만약의 퇴직에 대비해 실업보험.직업재훈련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양병무 (梁炳武)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제는 임금을 자신의 가치에 의해 올리는 방식이 정착될 것" 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앞둔 사람들도 구조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업종을 염두에 두고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해지고 있다.

한 직장만을 고수하는 '평생직장' 의 개념에서 실업없이 직장을 옮겨다니는 '평생직업' 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후식 (申厚植)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85년 경제위기를 겪었던 싱가포르가 임금을 20%까지 삭감하고 강제저축을 실시해 위기를 넘긴 것을 주목해야 할 때" 라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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