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제재 난항 … “오바마 정부 뭐하나” 비판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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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로켓 발사를 한 북한에 대한 제재 방안을 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엇박자를 거듭하면서 미국 내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강조했으나, 행정부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우선하고 있어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7일 사설과 분석기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혼란스럽다”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와 다를 게 없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오바마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일관된 입장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오바마는 5일 오전 4시30분 북한의 로켓 발사를 보고받고 “규칙을 위반하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 그리고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에게 즉각 안보리 대북 제재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보즈워스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틀 전에 “(북한을) 압박하는 건 생산적인 접근법이 못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행정부의 우선순위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여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WP는 분석기사에서도 “당국자들이 북한 미사일과 관련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라이스가 미사일 발사의 심각성을 강조한 반면, 제임스 카트라이트 합참차장은 인공위성 궤도 진입 실패를 강조하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WP는 “워싱턴과 유엔에서 당국자들은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엇갈린 목소리를 내면서 안보리는 미국의 뜻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5~6일 회의에서 아무런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안보리는 7일엔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제재를 반대하는 중국·러시아의 입장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선 회의를 해 봐야 소용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8일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맞춰 프라하에서 발표한 비핵화 계획은 현재의 무기통제조약 집행에 대한 의지 결여를 나타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도덕적 권위만으론 북한과 이란의 핵 확산을 저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 국내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안보리에서 미국이 거부당하고 있는 현실은 미국이 유약하다는 증거”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카터 행정부를 닮아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WP는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서 갈팡지팡하는 이유로 대북 사령탑 부재를 꼽았다. 보즈워스는 미 터프츠대 법·외교대학원장을 겸임해 대북 대표 업무에 전력투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반도를 담당하는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윌러스 그렉슨 국방부 동아태 차관보는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해 겉돌고 있다. 이 때문에 성김 국무부 6자회담 수석대표가 북한 로켓 발사 대응까지 총괄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서울=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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