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용구마을 호롱불시대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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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음식 걱정 안 해도 되고 TV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됐으니 진짜 경사지요."

경북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속칭 용구마을 주민들은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들떠 있다. 밤이면 암흑천지로 변하는 마을에 8월이면 전기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주민 이순도(60)씨는 "전기가 없어 불편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전기가 들어오면 마을 잔치를 열 작정"이라고 말했다.

봉화군은 국비와 군비 등 8900만원을 들여 오는 8월 20일쯤 이 마을에 전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용구마을 주민은 5가구 9명. 일월산 자락의 첩첩산중인 이곳은 면 소재지인 현동리에서 12㎞ 떨어져 있다. 마을로 이어지는 3㎞는 꼬불꼬불한 산길이다. 주민들은 당귀.황기 등 한약재와 옥수수.고추 농사를 지으며 산다.

지금까지 3가구가 살던 이 마을은 5가구 이상으로 전기공급 요건을 규정한 '농어촌전화(電化)촉진법'에 걸려 전기 없이 살아 왔다.

하지만 2002년 두 가구가 귀농하면서 뒤늦게 전기 혜택을 입게 된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배터리를 넣은 라디오와 농민신문 등을 통해 세상 소식을 들어 왔다.

먹다 남은 음식은 플라스틱 통에 넣은 뒤 상하지 않도록 마을 계곡물에 담가 보관한다.

밤이면 집집이 호롱불을 켠다. 바깥 나들이를 할 때는 손전등을 들고 다닌다. 명절날 자녀가 오면 불편한 점이 많아 애를 먹는다.

이 마을 이장 김석용(50)씨는 "전기 없이 사는 고통은 당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늦었지만 전기가 들어온다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반문했다.

봉화군은 봉화읍 도촌1리 속칭 무덤실 2가구(3명)와 봉성면 우곡1리 중대골 3가구(5명) 등 17곳 32가구 67명이 가구수 미달로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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