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 시행후 부동산시장 전망…곳곳 긴축 전반적 하락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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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구제금융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부동산 시장엔 어떤 변화가 일까. 결론부터 말해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주택.토지.상업용등 부동산 전반이 하락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의 잇따른 구조 조정으로 부동산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반면 정부.기업.개인 할 것이 모두 긴축생활에 들어가 수요는 급속도로 줄어들어 부동산 값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특히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와 금리가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 우리 경제는 장기 침체국면으로 빠지고 이에 따라 국부적으로 폭락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규제완화에 따른 외국인 토지매입 허용, 토지구입등에 대한 대출 확대, 금융실명제 보안, 분양가 자율화등의 조치가 나올 경우 돈이 부동산으로 유입돼 값이 도리어 상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선 부동산 값이 하락할 것이란 측면은 긴축재정.기업구조 조정.실업사태.고금리등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불황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와 기업의 긴축은 개발사업등에 대한 투자위축으로 이어져 부동산 수요를 감퇴시키고 기업의 구조조정은 기업보유 부동산이 매물로 나와 공급과잉 현상을 낳게 된다.

또 봉급 생활자의 수입이 줄어들고 심한 경우 직장을 잃는 일이 벌어지면서 개인의 소비가 급격히 감소, 음식점.옷가게등 각종 중소상가들이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질 소지가 많다.

이런 현상은 결국 부동산 매물홍수에 따른 가격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정부는 경제 전반에 악 영향을 줄 정도로 부동산 값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생기면 기업의 회생이 어려워져 경제가 더 나빠지는 국면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제성장률이 3%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쓰더라도 별 효과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가 안좋아 기업이 도산하게 되면 실업사태는 물론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압박으로 부동산 시장은 더 얼어붙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기관들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 가운데 담보로 잡은 부동산 채권은 2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여기다가 일반 기업들도 앞다퉈 보유 부동산 매각과 감원등을 통해 군살 빼기에 들어갈 경우 부동산 시장은 더욱 경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갑성 (金甲星) 수석연구원은 "기업 부동산 매물홍수등으로 땅값이 1~2년내 20~30%정도 떨어질 소지가 많다" 고 전망했다.

부동산 상품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분야는 상가.

지금도 물량이 넘쳐 비어 있는 상가가 즐비한데 긴축이 본격화 하면 장사가 안돼 기존 업소까지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권리금은 고사하고 임대조차 안돼 상업용 부동산 값 하락폭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주택의 경우 실수요자가 많아 하락폭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국토개발연구원 손경환 (孫炅煥) 연구위원은 "실수요자가 많아 값이 폭락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 이라며 "특히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 90년 전후엔 9~10배로 높았으나 요즘들어 5~6배로 낮아질 정도로 이미 거품이 많이 빠진 상태" 라고 말했다.

게다가 투자위축.수요감퇴등으로 신규 공급이 줄어들 경우 2~3년후에 값이 뛸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들어 아파트 매물 적체가 심화되고 있는데다 앞으로 자금난 해소, 대출금 상환등을 위해 자영업자들의 개인 부동산까지 나오면 주택시장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는 서울 인근의 아파트용지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게다가 농사목적으로 농지를 사놓고 그대로 놀려 농림부및 각 시.군으로부터 강제 처분 명령을 받은 휴경농지 매물만도 1백30만평에 달해 토지시장의 위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단기간내에 회복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3년내 회복하지 못하면 경기침체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어 부동산 값이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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