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교육] 다섯 가족의 '좋은 아빠 만들기'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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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답사 모임 '아빠와 추억 만들기'와 함께 3주일에 걸쳐 '좋은 아빠 만들기'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참가자는 4월 중순 일반 공모로 다섯 가족을 선정했다. 대부분 마음은 있지만 일에 바쁘거나, 방법을 몰라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했던 아빠들이 '앞으론 잘 해 보자'는 마음으로 참가했다.

다섯 가족은 지난 달 23일 오후 5시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본지 편집국을 찾았다. 신문사 휴무일이라 텅 빈 편집국을 여기저기 흥미롭게 기웃대는 아이들과 달리, 아버지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다. 대부분 아내가 참가 신청을 한 탓인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는지 알 수 없다'는 듯한 불만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중학생쯤 된 일부 아이들 역시 억지로 부모를 따라온 듯 뚱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화창한 날씨 속에 모처럼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전국의 독자가 보는 일간지에 실릴 가족사진을 통해 '첫 번째 추억'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이날 다섯 가족은 '아빠와 추억 만들기'의 권오진 단장에게서 앞으로 3주 동안 실천할 놀이와 대화 요령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몇 가지 설문조사에 응한 뒤 돌아갔다. 각 가정의 상황과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어머니와 아이들의 바람은 제각기 달랐다. 3주간의 작은 실천이 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김정수 기자

*** 질문내용

(1)우리 가족 생각 (부모=좋은 아빠란? 자녀=우리집의 문제는?)

(2)권오진 단장의 진단

(3)이렇게 해 본다면

***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

(1)▶아빠(김광오.46.회사원)=자녀와 친하게 지내는 아빠 ▶엄마(박순자.45.전업주부.서울 등촌동)=가정에 충실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놀아주는 아빠 ▶아들(동현.백석중 2)=TV를 너무 많이 시청해 대화가 없다 ▶아들(승현.염강초 6)=아빠가 잘 놀아주지 않는다

(2)둘째 아이까지 사춘기가 시작된 듯. 엄마가 혼자 아들들을 다루기 힘겨워졌다. 아빠가 좀 더 역할을 분담해 줘야 하는데 주말에 혼자 축구를 하러 가는 등 다소 비협조적인 듯하다. 또 실제 TV 시청 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은 것 같지만 아이들은 그로 인해 대화가 단절돼 있다고 느끼고 있다.

(3)승현이는 아직 아빠가 들어설 자리를 비워놓고 있다. TV 위치 등을 조정해 시청시간을 줄이고 이 틈을 아빠가 파고 들도록 해야 한다. 아빠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가운데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는 것도 한 방법. 단, 손을 내밀어도 처음엔 아이들이 거부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맞벌이로 바쁜 부모

(1)▶아빠(유기수.43.회사원)=자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아빠 ▶엄마(김현아.40.학습지 교사.경기도 안양시)=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아빠 ▶딸(세련.박달초 6)=학원 선택할 때 아빠.엄마가 다툰다 ▶아들(보석.박달초 1)=없다

(2)맞벌이 부부지만 둘 다 어린이 교육 관련 업체에서 일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듯. 아빠는 주말이면 아이들에게 직접 요리도 해주는 자상한 면이 있지만 술을 좋아해 평소 귀가시간이 너무 늦는 게 문제다. 또 부부가 바쁘다 보니 아이들에게 공부나 일상생활에 대해 다소 조급하게 닦달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학습지 등 사교육도 조금 많다.

(3)아빠가 술을 좀 줄여 자녀와 마주할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보석이는 '안 놀아주는 아빠'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련이는 사춘기에 접어들었으므로 요리 등을 할 때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줘 대화를 유도해 보도록 한다.

*** 시간 내기 힘든 주말부부

(1)▶아빠(이경호.42.회사원)=자녀가 필요로 할 때 있어주는 아빠 ▶엄마(최미숙.40.전업주부.경기도 성남시)=아이들과 친구처럼 잘 놀아주는 아빠 ▶아들(현도.불곡초 6)=없다 ▶딸(현수.불곡초 2)=없다

(2)파주에서 근무하는 아빠가 토요일에 집에 왔다 일요일에 돌아가는 주말부부 가정이다. TV를 아예 없애버린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빠가 너무 피곤해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즐기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아이들이 큰 불만은 없어 보이지만 부모 모두 자녀의 꿈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은 대화 요령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3)주말부부이므로 가족 사이를 든든히 이어주는 끈을 만드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아빠가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녀와 함께하려고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주중엔 매일 전화해 아이들의 일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주말엔 간단한 1분놀이 등으로 스킨십을 늘려보는 게 좋겠다.

*** 너무 엄격하면 불만

(1)▶아빠(이기재.46.세무사)=자녀와 취미생활을 함께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아빠 ▶엄마(강미경.41.전업주부.서울 도곡동)=자녀와 눈높이로 대화하는 아빠 ▶딸(지선.도곡중 2)=아빠의 이해심이 부족하다 ▶아들(호현.언주초 2)=없다

(2)지선이가 게임에 너무 몰두한다고 집 안에서 컴퓨터 사용을 아예 금지한 것은 다소 지나친 통제로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지선이는 어렸을 때 주말부부였던 아빠와 함께한 추억도 별로 갖지 못한 채 컸기 때문에 은근히 불만이 쌓여 있는 것 같다. 누나와 나이 터울이 큰 호현이는 다행히 아직 아빠와 함께 있기만 해도 좋다고 하니 좀 더 신경을 써주면 효과가 클 듯.

(3)부모의 엄격함은 자녀를 마음에 품는 자세가 선행될 때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 대화나 여행 등 가족의 공통분모를 늘려야겠다. 호현이의 경우 단순히 축구모임에 데려가기만 하지 말고 직접 같이 축구공을 차며 스킨십을 늘리도록 해본다.

*** 아빠 품 떠날 때 된 아이

(1)▶아빠(장우섭.38.회사원)=자녀와 친한 아빠 ▶아내(조미한.36.학원 강사.경기도 성남시)=5분이라도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놀아주는 아빠 ▶아들(규민.희망대초 4)=엄마가 친구 집에 놀러 가지 못하게 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들(규현.희망대초 1)=잘 모르겠다

(2)맞벌이 부부.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고 있지만 아빠가 너무 바빠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주말에도 엄마가 남편을 배려해 장씨는 집에서 TV 시청을 하며 시간을 보내도록 묵인하고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가는 때가 많은 듯.

(3)게임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규민이는 벌써 아빠 품을 떠나려 하고 있다. 정 바쁘다면 하루에 한 번 전화를 해서라도 아빠가 자녀와의 대화를 늘리는 게 좋겠다. 주말에도 반나절 정도는 아이들에게 나눠주도록 노력해 본다. 아이들이 직접 같이 갈 곳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면 더욱 좋을 듯.

*** 좋은 아빠 진단표

매우 그렇다 5점, 약간 그렇다 4점, 그저 그렇다 3점, 글쎄요 2점, 전혀 아니다 1점

1. 자녀와의 대화 수준

-자녀의 현재 고민거리를 알고 있다

-자녀의 감정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자녀와 최근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자녀의 마음을 움직이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자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편이다

2. 일반적인 관심

-자녀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을 알고 있다

-자녀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운동을 알고 있다

-자녀의 좋고 나쁜 습관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