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중층아파트 눈에띄게 짓기 경쟁…당장 돈 더들어도 투자가치 높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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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서울강남을 중심으로 10층안팎 중층 (中層) 아파트 재건축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채산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뜨겁다.

단지를 쾌적하게 꾸미기 위해 주차장을 지하에 넣는 것은 기본이고 인근 자투리땅을 매입해 사업규모를 늘리는가 하면,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외관을 타워형으로 설계하고 있고 심지어 생활하수 정화조까지 설치하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아이디어 경쟁은 가구당 1천만~2천만원 정도 공사비를 더 부담해야 하지만 아파트를 잘 지으면 나중에 값을 더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기적인 투자수익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또 서울시내 아파트 재건축 용적률이 3백%이하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를 잘 꾸며 심의과정에서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을 좀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서울여의도 목화아파트 (12층 2동) 의 경우 인근 LG쌍둥이 빌딩을 모델로 26, 28층짜리 타워형 두개동으로 짓고 가구수도 현재와 같은 3백31가구만 넣기로 했다.

조합측은 전체 가구수의 절반이 한강변에 배치된 기존 아파트의 경우 그나마 복도식이라 한강을 제대로 볼수 없지만 타워형으로 지어 전체가구의 70%정도가 한강조망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 물론 나중에 일반아파트보다 시세가 높게 형성될 것이라는 계산이 감안됐다.

또 1층은 노인정.독서실을 꾸미고 나머지는 빈공간으로 두는 부분 필로티형으로 설계하는가 하면 생활하수 정화조도 설치한다는 것. 최운식 추진위원장은 "일반적인 아파트 건립때보다 가구당 2천만원정도 더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입주후 시세차익을 염두해 두고 색다르게 짓게 됐다" 고 설명했다.

9~12층짜리 도곡 서린아파트의 경우 기존 용적률이 1백86%로 재건축 채산성이 거의 없자 아예 단지옆에 있던 땅 1천8백여평를 35여억원을 주고 사들여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다.

이럴 경우 가구당 땅 매입비로 1천만원을 추가부담해야 하지만 그만큼 부지면적이 넓어져 사업성이 높아진다.

조합측은 여기에 4백50가구 (용적률 3백%적용) 를 지어 조합원몫 3백10가구를 제외한 1백40가구를 일반에 분양해 공사비를 충당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사전결정을 받아 '강남 중층아파트 재건축 1호' 로 기록된 12층짜리 도곡주공아파트는 남부순환도로 옆에 있는 점을 감안해 단지내 상가외형을 라운드형으로 하는 한편 주차장도 대부분 지하로 넣고 그 자리에 광장.공원등을 넣기로 했다.

잠원동 설악아파트 (12층) 역시 주차장을 지하로 넣는 대신 외부를 주민휴식공간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여의도 서울아파트는 상가분양수입을 높혀 조합원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채산성 단기적으론 주민부담이 많지만 아파트값 상승 가능성이 커 장기적으론 채산성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목화아파트 기존 27평형의 경우 50평형으로 늘려 가는데 따른 건축비 부담은 대략 2억원선. 현재 시세는 2억3천만원. 금리 부담금까지 합한 총투자비는 넉넉하게 잡아도 4억8천~5억원선원. 완공후 예상시세는 6억원이상로 가구당 최소 1억원이상 수익이 보장된다는 게 조합측의 설명. 서린아파트도 기존 34평형을 50평으로 넓혀 가는 대신 조합원 부담은 1억3천~1억4천만원선. 34평형 현재 시세는 3억3천만원선이어서 금리부담금까지 감안한 총투자비는 5억원선. 현재 이 지역 50평형 시세는 5억원이어서 강남에서 새 아파트에 산다는 무형의 이익이외에 준공때까지 가격상승분 만큼 수익이 생긴다는 계산. 삼성물산건설부문 박기성 재건축팀장은 "중층 아파트를 그냥 재건축하면 그다지 채산성이 없기 때문에 조합원 부담금을 다소 늘려 아파트를 잘 짓는게 나중에 더 많은 투자수익을 얻게된다" 고 충고했다.

손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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