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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 '하이 눈'…서부영화에 정치적 은유 삽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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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8면

KBS 1TV가 마련하는 '명화극장 서부영화 특선' 의 첫번째 작품. 시청자 대상 조사 '다시 보고 싶은 영화' 71위로서 서부영화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수녀이야기' '자칼의 날' 의 거장 프레드 지네먼 감독은 기존 서부영화 영웅상의 변화, 당시 미국사회에 불어닥친 매커시즘의 선풍을 은근히 꼬집는 정치적인 은유, 그리고 영화상영시간과 사건 진행시간을 일치시키는 기법 등의 시도로 서부영화장르를 새롭게 변화시켰다.

게리 쿠퍼, 그레이스 켈리의 화려한 조합 또한 눈길을 끈다.

헤이들리빌의 보안관인 주인공 윌 케인 (게리 쿠퍼) 은 비폭력주의를 표방하는 퀘이커 교도인 에이미 (그레이스 켈리) 와 결혼한 후 조용히 살기 위해 마을을 뜨려 한다.

그러나 5년전 체포됐던 악당 프랭크 밀러가 사면되어 복수하기 위해 온다는 말을 듣고 싸우기로 작정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무도 돕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미국의 개척시대의 정신을 담아낸 기존 서부영화의 영웅으로서는 의외의 곤경이다.

이 영화의 각색자는 좌익이 할리우드 안에 뿌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작성된 할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던 칼 포먼. 포먼은 존 커닝햄의 소설 '깡통 별' 을 각색하면서 마을주민들의 비겁함을 통해 당시 미국식 정의와 미국사회를 고발하려고 했다.

도움을 구걸하는 보안관의 모습에 발끈한 할리우드의 소문난 우익 존 웨인이 59년 하워드 훅스 감독과 '리오 브라보' 를 만들어 '하이 눈' 에 대응하고자 한 일화도 유명하다.

이남 기자

KBS1 30일 밤 10시35분 감독 : 프레드 지네먼

주연 : 게리 쿠퍼.그레이스 켈리 제작 : 195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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