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tart] "남 돕는 기쁨 군것질보다 달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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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애들을 돕는 게 행복해요. "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이다흰(14)양은 매달 용돈을 아껴 모은 2만원을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데 써 달라며 'We Start' 운동본부에 보내는 '귀여운 천사'다. 지난달 가난한 아이들을 돕기 위해 출범한 We Start 운동본부에 처음 성금을 기탁한 데 이어 이달에도 정성을 보탰다.

사실 2만원은 중학교 1학년인 이양에게는 매우 큰 돈이다. 한달 용돈이라야 어머니가 가끔 1000원, 2000원씩 주는 간식비와 학용품비가 고작이다. 따라서 공책을 아껴 쓰고 군것질을 하지 않아도 거금을 모으기란 쉽지 않았다. 또 2만원이면 좋아하는 그룹 '원타임'의 CD도 살 수 있고 친구들과 놀이공원에도 갈 수 있어 한참을 망설였다.

다흰양은 "중앙일보의 '가난에 갇힌 아이들'시리즈를 통해 더 가난하고 불쌍하게 사는 애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모른 척하면 죄를 짓는 것 같아 볼펜 하나라도 아껴 쓰며 용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딸의 마음을 안 어머니는 다흰이가 노력해도 못 채운 돈의 일부를 보태줬고 앞으로도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사실 이양도 가정 형편이 넉넉지는 않다. 9년 전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어머니가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외할머니 집에서 살았다. 지금은 20평짜리 월세 아파트에서 오빠.어머니와 셋이 산다.

이양은 독실한 불교신자인 외할머니(81)에게서 나눔 정신을 배웠다. 외할머니 역시 살림은 어렵지만 유니세프와 장애인돕기 운동에 매달 2만원씩 보냈다. 그리고 늘 "다흰아, 이웃을 돕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를 보며 자란 다흰양은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는 예쁜 마음을 갖게 됐다. 얼마 전에는 입던 옷을 깨끗이 손질해 장애인복지시설에 전달했고 자원봉사도 했다.

이양은 대학에 진학하면 재즈 댄스를 공부해 프로 댄서가 되는 게 꿈이다. 남을 돕는 일도 계속할 작정이다.

"가난하다고 기죽지 말고 꿈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힘들게 사는 애들을 돕는다는 뿌듯한 마음이 2만원보다 더 값진 것 같아요. 어른들도 We Start 운동에 많이 참여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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