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방송도 거품뺀다]1.군살없애는 해외제작물…경품도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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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경제가 파탄났다.

주가지수와 원화 가치는 바닥을 향해 계속 곤두박질치고 외국에 돈 빌려달라고 손까지 벌리게 됐다.

지금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방송도 거품빼기에 나섰다.

방송은 어떻게 경제 위기의 시대에 대처하는가.

5회에 걸쳐 알아본다.

앞으로는 기업과 가계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기업들은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긴축 및 감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광고비로 유지되는 방송사들은 긴축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안으로 제작비를 줄이고 밖으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나서자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 방송사들의 한결같은 기본 방침이다.

방송계에서 경비절감을 위해 제일 먼저 도마위에 오른 것은 달러 폭등으로 경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해외 제작물이다.

그러나 해외물을 대폭 줄일 경우 자칫 세계화에서 뒤떨어져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서 방송사가 택한 것이 정보성 프로그램은 그대로 가돼 국민들의 해외 여행을 부추기는 프로그램은 없앤다는 것. KBS1 '세계는 지금' (월~목 밤10시) 은 살아남고 대신 KBS1의 여행정보 프로그램 '기차타고 세계여행' (월~금 오전10시) 은 없어지는 식이다.

또 KBS.MBC.SBS 3사 모두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해외여행권을 상품으로 주던 것을 국내여행권이나 가전제품 등으로 일제히 바꿨다.

이와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온국민이 나서자는 캠페인 방송도 벌인다.

폐지될 프로그램은 '기차타고…' 와 연예인들이 해외에 나가 특수한 기술을 배우는 MBC '특명 학력파괴' (일 오전8시) 2개다.

'기차타고…' 는 올해 말까지 방송분이 이미 만들어진 상태로 내년부터는 건전한 소비생활을 위한 정보 프로그램이 뒤를 잇는다.

KBS2 '토요일 전원 출발' (토 오후5시55분)에서 해외 일류의 현장을 찾던 '특명!

세계로' 코너도 없어진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외국 상품을 만드는 곳등을 찾아가던 MBC '쇼 토요특급' (토 저녁7시) 의 '형 어디가' 는 국내 유망 중소기업을 탐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 두 코너는 또 각각 하나씩 미리 만들어 놓은 해외제작물의 방송도 미루고 있다.

SBS '세상체험 온몸을 던져라' (수 저녁7시5분) 는 매주 2건이 나가던 외국탐험 코너 '뒷골목에 가보자' 를 하나로 줄인다.

또 그리스의 평화마라톤 등 각종 세계대회에 연예인들이 도전하던 '타임캡슐 대작전' (일 저녁6시) 의 '진짜 사나이' 도 앞으로는 국내 대회에 주력하게 된다.

시트콤 'LA 아리랑' (일 오전9시50분) 이나 '뉴욕 스토리' (토 저녁7시) 도 최대한 현지 촬영을 억제한다는 방침. '뉴욕…' 은 다음달 초 첫 해외촬영을 나갈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KBS는 이밖에도 뉴욕.파리.도쿄의 PD특파원들을 해외물 제작에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출장경비를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캠페인으로는 28일 오전9시50분 SBS의 생방송 '달러를 모읍시다' 와 다음달 1일과 2일 낮12시부터 4시간동안 생방송될 KBS1의 '경제위기 우리가 극복한다' 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경제난 극복에 동참한다며 해외물들중 시청률이 높은 일부는 그대로 남겼다는 비난도 있다.

굳이 해외까지 가야했는지 시청자들의 의문을 사는 것도 그냥 내보낸다는 얘기다.

청소년 보호법을 업소들이 얼마나 잘 지키는지 알아보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일 저녁6시50분) 의 '이경규가 간다' 가 다음달 6일과 13일 LA편을 방송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 방송사들이 정말 경제를 생각한다면 이런 프로그램들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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