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지원연구소, 핵융합로 내년 제작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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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단일 연구설비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핵융합연구장치 개발이 본격화 되고 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소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은 내달 8~10일 '토카막 주장치 기본설계 검증' 회의를 열어 핵융합 핵심 장치의 골격을 확정할 예정이다.

또 같은 시기에 핵융합로가 들어설 특수 실험동 건설을 위한 첫 삽도 뜬다.

95년 12월 총사업비 1천5백억원 규모로 시작된지 만 2년만의 일이다.

이 '차세대 토카막 핵융합연구장치' (프로젝트명 KSTAR) 는 지금까지 건설된 세계의 어떤 핵융합 시설보다 성능이 앞선 최신 모델로 각국의 주목을 받으며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토카막이란 최소 섭씨 수천만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도너츠 모양의 초진공 장치를 말한다.

KSTAR 핵융합로는 토카막내 온도 3억도, 1회 최대 운전시간 3백초다.

특히 운전시간은 유럽연합이 공동으로 건설한 JET나 일본의 JT - 60U 핵융합로 (10초) 의 30배나 되는 고성능이다.

운전시간이 길면 길수록 핵융합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이 쉬워진다.

핵융합이란 말 그대로 서로 다른 원자의 핵끼리 하나로 결합하는 현상. 핵융합의 가장 단순한 형태가 이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융합시키는 것으로 각각 1g씩만 반응시켜도 석유 수십 드럼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나온다.

이런 핵융합이 항상 일어나는 곳이 바로 태양이다.

KSTAR 핵융합로 연구는 장차 이같은 인공태양을 실현시켜 거의 무한대인 발전에너지를 얻자는 것이 목표다.

핵융합 발전의 장점은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력발전과는 달리 방사성 폐기물 등의 배출이 극히 적다는 점이다.

또 발전 원료인 이중수소 등이 바닷물에 무한대로 녹아있어 원료도 무궁무진하다.

KSTAR는 이와 함께 사업 추진과정에서 초전도.초진공.중성자 (中性子) 빔 입사 (入射) 등 최첨단기술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어 중단기적인 효과도 크다.

KSTAR 총괄책임자인 이경수 (李京洙) 박사는 "삼성전자.한국원자력연구소.한국중공업 등 국내 개발 참여 기관만도 수십 개에 이른다.

핵융합은 일종의 종합과학기술로 국내 첨단기술 개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 이라고 내다봤다.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은 이번 핵심 장치 기본설계에 이어 내년 봄 부대장치 검증을 마친 뒤 여름부터 장치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핵융합로는 2002년 여름 완공될 예정이며 이 때쯤이면 한국이 핵융합 연구분야에서 G7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핵융합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일본.러시아와 유럽연합 정도다.

한편 개발팀은 최근 급격한 원화가치 절하로 연구범위를 재조정하는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핵융합로 개발 계획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KSTAR와 함께 세계적 주목의 대상인 국제 열핵융합실험로 (ITER) 건설은 최근 관계국 간의 비용분담 마찰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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