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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조]한국 금융위기 IMF와 관계국 함께 해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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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마침내 한국까지 왔다. 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마저 국제통화기금 (IMF)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는 한때 '아시아의 경제 우등생' 으로 칭찬받던 한국이 '전락' 했음을 의미하며 한국의 금융위기가 일본에도 결코 '강 건너 불' 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경고장 같은 것이다.

세계 11위라는 한국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의 경제위기는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신했던 일본경제의 '체력' 도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가 한.일 양국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서로 영향을 미쳐가면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IMF와 관계 각국 기관의 대한 (對韓) 협조융자 체제가 시급히 구축돼야 한다.

이 문제는 아태경제협력체 (APEC) 와 한.일, 한.미간 정상회담에서도 의제로 채택됐지만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은 어디까지나 IMF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동성 위기' 에 대응하기 위한 IMF 차원의 새로운 제도를 개발하는 일도 시급하다.

시장은 약점을 파고 드는 법이다.

이것이 '글로벌 리세션' (세계적인 경기침체) 의 본질이다.

한국경제의 위기가 엔저 (低) , 즉 원고 (高) 로 인해 수출감소와 기업실적 악화가 겹치면서 악순환을 거듭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결함이 확연히 부각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구멍을 단기성 외채로 틀어막았다는 점에서는 한국이 동남아시아의 경우와 비슷하지만 재벌의 '차입의존형 과잉투자' 와 과당경쟁, 심각한 정부의존도 등은 한국만의 '고유한 문제점' 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IMF가 주도하는 금융지원에는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개선, 금융기관의 불량채권정리 등 혹독한 조건이 따라붙을 것은 불문가지다.

IMF에 손을 벌린 것을 수치로 여길 필요는 없다.

APEC 개막에 맞춰 한.일 양국의 금융시스템이 허점을 드러낸 것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이제는 IMF가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IMF는 글로벌 리세션에 대한 적절한 처방전을 제시해 '마이너스' 의 연쇄 도미노 현상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책무를 지게 됐다.

한국정부가 글로벌 리세션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점은 아픈 대목이다.

한국정부는 정책대응을 미루다 결국 경제위기를 불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금융위기는 일본에도 결코 '강 건너 불' 일 수만은 없다.

정리 =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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