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금사 예금인출 조짐…'외환업무 강제정리 방침' 큰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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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8개 종금사에 대한 외환업무를 강제정리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알려지자 해당종금사의 원화예금이 빠져나가고 영업 중단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는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단순중개 기업어음 (CP)가운데 종금사가 지급보증을 하지 않은 CP는 정부의 원리금 전액 지급보장 대상에서 제외돼 이들 종금사에 CP중도환매를 요구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또 종금사가 발행한 어음에 대해 정부가 전액 지급보증을 서주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들 종금사에 대한 콜자금 공급이 끊겨 시중의 자금경색이 계속되고 있다.

25일 일부 종금사 객장에는 우려했던 대량 예금인출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평소보다 많은 고객들이 맡긴 돈을 찾겠다고 몰려와 다소 혼잡을 빚었다.

이에따라 종금사들은 안내직원을 객장에 배치해 외환업무의 양도와 관계없이 국내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며 예금인출을 만류하기도 했다.

한 종금사 관계자는 이미 소규모 수신감소가 계속돼 왔다며 "외화영업 양도 발표이후 예금인출이 늘어나고 있다" 고 전했다.

현재 외환업무 정리대상으로 거론된 8개 종금사 가운데 삼양종금을 제외한 7개사는 자력으로 외화부족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 정부의 일괄 양도 방안을 받아들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조흥등 일부 은행에서는 실사단을 관련 종금사에 보내 외환영업의 실태파악에 착수했다.

그러나 외국인 주주가 있는 삼양종금은 정부의 정리방침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증자와 외국주주들의 외화지원등 자구책을 마련해 외화영업을 자력으로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재경원에 전달했다.

삼양종금의 김규연 (金圭淵) 상무는 "회사의 장기전략이 단자영업을 축소하고 해외영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외환업무의 양도는 수용하기 어렵다" 면서 "외국주주들의 도움을 받아 자력으로 외화영업을 정상화시키겠다" 고 말했다.

이와관련, 삼양종금의 외국주주인 홍콩의 동아 (東亞) 은행 (BOEA) 과 싱가포르의 수출신용보험공사측은 외화영업의 양도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재경원에 보내거나 직접 방문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가 종금사가 발행한 어음을 전액 지급보증한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종금사에 대한 콜자금 공급을 재개하지 않는데다 예금인출이 이어지고 있어 종금사들의 원화 자금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김종수·고현곤·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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