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명암]6.'음성정보' 뒷전 '음란폰팅'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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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경기도성남시분당구에 사는 주부 S씨는 지난달 전화요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평소 3만~4만원 나오던 전화요금이 무려 1천3백32만원이나 됐기 때문이었다.

전화국에 확인한 결과 지난 9월 집에 와 있던 친척 학생이 국제전화 폰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척집에서 전화요금을 내주기로 해 걱정이 해결됐지만 아이가 그렇게 자주 전화를 걸 동안 뭘 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서울중구충무로 J일식집도 9월 전화요금으로 3백70만원을 냈다.

저녁 늦은 시간 종업원중 한 명이 전화폰팅을 즐겼던 것이다.

그러나 그 종업원은 전화요금 고지서가 나오기 직전 식당을 그만두어 주인이 꼼짝없이 요금을 물어야 했다.

정보화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정보교환 수단중의 하나인 음성 정보서비스가 성을 상품화 한 국제 폰팅에 활용돼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원래 음성 정보서비스는 PC 등 특별한 장비 없이도 전화기를 통해 날씨.주식시세.건강 등 다양한 정보를 인간의 목소리로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국내의 경우 700번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

정보를 얻으려면 PC가 제격이지만 컴퓨터 자판에 익숙치 못한 사람이 많아 다이얼링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서비스받을 수 있는 음성 정보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국내 음성 정보서비스는 92년 3월 개시된 이래 정보 제공업체가 1천2백개에 이르고 제공 정보 종류도 4천6백 가지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시장규모도 6백30억원. 당국에선 청소년들에게 끼칠 해악을 우려, 국제폰팅용 전화번호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어긴 업자를 구속하는등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그러나 국제폰팅 사용시간은 여전히 월 1백만분을 넘는다.

전체 국제전화통화의 2%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소나 가정에서는 저녁시간에 전화기 다이얼에 자물쇠를 채우는 경우마저 없지 않다.

고교1년생 아들을 둔 주부 金모 (39.서울강남구도곡동) 씨는 "아들이 심야전화를 쓰지 못하도록 하려고 국제전화 차단장치를 부착했지만 비밀번호가 노출돼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 고 털어놨다.

섹스폰팅용 전화번호 차단도 실효성 있는 방안은 아니다.

내년부터 인터넷을 이용한 전화 서비스인 인터넷폰이 등장하면 전화번호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음란정보서비스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가정과 시민단체를 통한 교육.계도가 중요하다" 고 말하고 있다.

이민호 기자

◇ 도움말 = ▶이송호 (李松鎬.한국통신 전략영업본부 전략정보사업과장) ▶이철승 (李哲勝.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화연구실 책임연구원) ▶이효진 (李孝鎭.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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