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지방대 학생 취업실태 학교·전공별로 보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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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방대학생 취업 하늘의 별따기' '지방대학생 취업위기' .취업시즌이 다가오면 신문에 이런 제목의 큼직한 기사가 어지럽게 다가온다.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지방대학 학생들은 일찌감치 취업하려는 꿈을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같은 기사는 허구이자 왜곡이다.

이 기사가 허구인 것은 '지방대학' 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학이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이고 왜곡인 것은 그 내용이 사실과 동떨어진 가짜 (pseudo)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방대학' 이라는 말은 전국의 수많은 대학 가운데 서울 소재 이외의 대학을 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대학 이분법은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가지는 전공영역별 우수성을 은폐할 뿐 아니라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지방에 잔류한 지역 우수 인재들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

지방에 있는 고교생들조차 이제 서울에 있는 '모든' 대학에 대해 환상을 품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을 평가할 때 전공별로 평가해야 의미있는 것이고, 따라서 지방에 있는 대학의 졸업생과 서울에 있는 대학의 졸업생 취업상황도 전공단위로 나누어 살펴봐야 한다.

97년 2월 졸업자 대상 서울대 졸업생의 취업률을 전공별로 살펴보면 인문대 졸업생 5백38명 가운데 취업자가 1백32명, 대학원 진학자가 1백57명, 군입대 및 해외진학자가 31명, 미취업.기타로 분류된 자가 2백18명으로 취업률 (진학률 포함) 은 53.7%였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은 58.2%, 경상대학은 82.1%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경북대는 지난해 경영학부 졸업생 2백43명 가운데 2백1명이 취업해 취업률 82.2% 정도를 기록하고 있고, 공대 전자공학과 졸업생 4백28명 가운데 4백9명이 취업해 취업률은 95%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기초로 하고 볼 때 취업상황은 전공별로 의미있는 것이지, 대학별로만 차별없이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특히 모든 지방대학이 전공학과를 불문하고 취업이 전혀 안되는 것처럼 허위의 사실을 전달해서는 곤란하다.

필자는 취업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사항을 당부하고 싶다.

첫째, 취업상황을 보도할 때 대학별이 아니라 전공영역별로 정확한 수치에 기초한 보도를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별 과거취업률의 나열과 같은 단순한 사실보다는 취업희망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향적 사실보도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제는 정말 세계에 유례가 없는 '지방대학' 이라는 말의 사용을 삼가야 할 것이다.

대학에 관한 보도를 할 때는 반드시 해당 대학의 이름을 거명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름없는 대학은 하나도 없다.

이들은 단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와 같은 홀대를 더 이상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김성돈 <경북대교수 ·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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