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살아있다]음악공연도 경영마인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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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흔히들 교향악단의 연주력은 그 나라나 도시의 경제력과 문화수준을 대변한다고들 한다.

필자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 (東京) 트리포니홀에서 열린 아시아교향악단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 사실을 다시금 뼈저리게 실감했다.

아시아 20개국에서 온 60여명의 교향악단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모임에 국내에선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부산시향이 참가했다.

아시아 각국 교향악단의 운영실태에 대한 보고회에 이어 '21세기의 교향악단' 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모임의 성과는 이 회의를 제1차 아시아교향악단협의회 회의로 칭하자는 것과 앞으로도 2년에 한번씩 정기모임을 갖자는 안이 채택됐다는 것이다.

이 협의회가 활성화되면 공연정보 교환에서 부터 서구 정상급 음악인의 아시아 순회공연 패키지를 공동기획할 수 있게 되는 등 많은 이점이 기대된다.

각국 교향악단의 운영실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알게 된 것은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을 목표로 막대한 지원 (백지수표를 포함) 을 받으면서 창단된 말레이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년 첫 공연을 갖는다는 사실. 81년 국립교향악단을 KBS로 이관시킨 후 지금까지 교향악단을 진흥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특별한 노력이나 지원이 없었던 우리의 경우와는 퍽 대조적이었다.

더욱 부러웠던 사실은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 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평범한 오케스트라들도 전문 경영인들이 모여 머리를 짜내며 홍보.기획.청중확대.자금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 사무국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두명의 단무장 (團務長)에게만 의존해 그때 그때 공연을 치러내고 있는 국내 시립교향악단은 창피한 수준이라고나 할까.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아시아 정상급 연주력을 지니고 있다는 우리 교향악단의 행정력은 일본에 비해 10~15년 뒤떨어져 있다.

일본 역시 서구 교향악단에 비해 10년쯤 뒤떨어져 있고. 그러나 낙후된 행정력이나 교향악단 운영제도는 정책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다음 정권을 이끌어갈 지도자의 문화중흥 의지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래서 향후 10년쯤 뒤 같은 모임에서 우리가 서구 교향악단에게 교향악단을 중흥시키는 방법을 한수 가르쳐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오병권 <서울시향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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