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행 중 다행 … 궤도 진입 실패로 중·러 설득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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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5일 정부는 바쁘게 돌아갔다. 청와대는 물론 외교통상부·국방부·통일부 등 관련 부처 모두가 로켓 발사에서부터 위성의 궤도 진입 실패까지 전 과정을 파악하고 대응전략을 짜느라 분주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해 북한의 로켓 발사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한승수 국무총리, 이 대통령,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상희 국방부 장관, 정정길 대통령실장. [오종택 기자]


◆청와대, 실패 여부에 대해 ‘촉각’=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오후 4시10분 끝난 뒤부터 청와대는 위성의 궤도 진입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각에서는 “북한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런 분석은 2시간여 만에 외신을 통해 먼저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후에도 구체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정밀한 판단을 통해 국제사회가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할 문제를 청와대가 앞장서 실패로 규정해 버리는 게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한 고위 관계자는 “더 봐야겠지만 위성이 제 궤도에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오전 11시20분부터 5시간 가까이 NSC를 주재하며 정부 대응을 조율했다. 이 대통령이 김태영 합참의장으로부터 발사 사실을 보고받은 것은 발사 시간(오전 11시30분15초)으로부터 몇 초 뒤 NSC 회의장에서였다.

한 회의 참석자는 “NSC에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가 보고됐다”며 “정보 중엔 발사 화염으로 초목이 변색된 발사장 주변 영상자료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NSC를 주재하기 전에 식목일을 맞아 청와대 녹지원에 소나무를 심으며 “북한은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고 말했다.

◆중·러 설득 명분 획득 기대=위성 궤도 진입 실패가 다양한 경로로 확인되면서 외교부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북한이 위성보다 발사체 자체에 노력을 더 기울였다는 논리가 성립돼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두 나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북한 제재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미·일·중 외교장관과 연쇄 통화를 해 이번 사태의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또 외교부 청사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도 접견했다. 이 중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일본 외상과의 통화에서 유 장관은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를 ‘도발’로 규정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격 참가 발표는 하지 않았다. 유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PSI 참가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북한 도발 경계 강화=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발사 직후 “(우리 국민의) 방북을 신중하게 하도록 유도하고 북한 체류 인원의 규모를 최소 한도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가 밝힌 5일 현재 북한 체류자는 평양지역 1명과 개성공단 체류자 540여 명 등이다.

국방부는 로켓 발사 확인 직후 주요 지휘관이 모두 참석하는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도발할 가능성에 대비했다. 위원회를 주재한 이상희 장관은 오후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한 위성의 궤도 진입 실패 사실을 확인해줬다.

남궁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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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5일 ‘광명성 2호’가 지구로 노래를 전송하고 있다는 주파수 대역. 위성 실패로 북한의 주장은 거짓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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