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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단 기지 화염 감지하자마자 합참실 경보램프 ‘번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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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합참의장입니다. 방금 무수단기지에서 발사가 확인됐습니다.”

5일 오전 11시30분을 막 넘긴 시간 김태영(육군 대장) 합참의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한의 로켓발사 사실을 긴급 보고했다. 서울 용산의 국방부 지하 2층 지휘통제실에서 청와대로 연결된 비화(秘話)통신망을 통해서다. 암호화돼 감청이 불가능한 핫라인이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종합통제센터에서 직원들이 항공기 우회 항로를 확인하고 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시점에 항공사의 항공기들은 우회 항로를 이용해 정상 운항했다. [연합뉴스]

김태영 의장과 황의돈(육군 중장) 정보참모본부장을 비롯한 합참요원들은 이날 아침 일찍 지휘통제실에 모여 촉각을 곤두세웠다. 로켓 상단부의 커버가 열리는 등 심상치 않은 징후가 감지된 뒤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는 한·미 정보당국의 SI(special intelligence·감청 등을 통한 특별정보)가 이어졌다. 지휘통제실의 대형 전자상황판에는 북한 지역 항공기·선박 등의 움직임이 점과 궤적으로 나타났다. 무수단 기지에서 마침내 커다란 화염으로 추정되는 특이한 깜빡임이 감지됐다. 동시에 상황실의 미사일 경보램프가 번쩍였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측으로부터도 로켓 발사 사실을 알리는 긴급 정보가 들어왔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이뤄졌음이 ‘시인’(첩보가 확인된다는 의미의 정보용어)되는 순간이었다.

발사 사실은 국방부 핵심 간부들에게도 11시34분쯤 전파됐다. 이 때문에 해당 간부들은 몇 분 뒤 북한의 로켓 발사 사실을 알리는 TV의 ‘긴급뉴스’를 느긋하게 접할 수 있었다. 정보 관계자는 “우리의 대북 정보 역량이 그만큼 강화된 데다 김태영 의장과 월터 샤프 사령관 간의 긴밀한 정보 공유가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일본 측보다 한국이 발사 시점 포착이 빨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첫 이지스함으로 전력화를 앞두고 있는 세종대왕함(7600t급)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종대왕함은 이날 울릉도 근해에서 최첨단 SPY-1D 레이더를 돌리며 로켓 발사와 궤도 추적에 나섰다.

◆북한 발표 왜 10분 차이 있나=북한 관영 중앙통신은 발사 시간을 오전 11시20분으로 발표했다. 11시29분2초에 위성궤도에 진입했다는 주장이다. 우리 당국이 발사 시점이라고 밝힌 11시30분15초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항공우주전문가들은 카운트다운이 끝나 발사 버튼을 누르는 ‘T-제로(zero)’와 화염을 뿜으면서 올라가는 시간이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시간 차이는 기술적 문제로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 정보 관계자는 “한·미 당국이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착오가 있을 수 없다”며 “북한이 로켓 발사 상황이 대북감시망에 노출된 부담 등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615초가 차이 나는 시간을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7400㎞

북한에서 알래스카까지의 거리. 북한에서의 거리는 미국 본토 서부까지가 1만1000㎞지만 알래스카나 하와이(7600㎞)는 더 가깝다. 그래서 군 당국이 추정하는 북한 대포동 2호의 사거리(6000∼8000㎞) 안에는 알래스카와 하와이가 포함된다. 북한은 5일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지만 사거리가 더욱 늘어나 대륙간탄도탄(ICBM) 기술 확보에는 한 발짝 더 다가섰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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