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나우] 쓰촨 대지진 뒤 첫 청명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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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청명절을 맞아 지난해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보았던 중국 쓰촨(四川)성 원찬(汶川)현에서 유가족들이 사망한 친인척들을 추모하며 꽃을 바치고 있다. 쓰촨성 당국은 이날 유가족들에게 지진 피해 지역을 개방했다. [원찬 AFP=연합뉴스]

 중국은 올해 청명절(淸明節·5일)을 어느 해보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 보냈다. 지난해 5월 12일 발생한 쓰촨(四川)성 원촨(汶川) 대지진 발생 이후 처음 맞는 청명절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청명절에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성묘하는 풍습이 있다. 올해는 청명절을 앞두고 쓰촨성 지진 피해 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집단 제사가 거행됐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진에 의한 사망·실종자만 8만6000명이었다. 인구 1만3000명 중 8600여 명이 희생된 몐양(綿陽)시 베이촨(北川)현은 당시 인명 피해가 가장 컸다.

베이촨현은 지진 이후 도시 전체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폐쇄됐지만, 이번 청명절을 앞두고 1∼4일 유가족들에게 임시 개방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베이촨현 일대에는 임시 개방된 4일간 10만 명이 넘는 추모객이 몰려들었다. 베이촨현에는 지진 당시의 강력한 충격파로 무너지거나 기울어진 고층 건물들이 아직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지진 기념비가 들어선 베이촨현 거리에는 ‘5·12 지진으로 재난을 당한 동포들을 애도한다’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지진 발생 11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유가족들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아래 어딘가에 깔려 있을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기도 했다. 지진 당시 17세였던 딸을 잃은 부모는 “내 딸은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흐느꼈다. 유가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추모 행사를 벌였다. 대표적인 방식은 미리 준비해 온 향을 불사르고, 지전(紙錢)을 태우는 중국 전통식 추모 의식이었다. 국화를 비롯해 꽃을 바치는 이도 많았다.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학생과 교사 등 1000여 명이 숨진 베이촨 중학교의 철조망 앞에는 숨진 어린 학생들의 넋을 기리는 꽃들이 내걸렸다. 애틋한 사연을 담은 편지와 인형을 놓고 간 부모도 있었다.

지진의 진앙지였던 잉슈(映秀)진에서 희생된 1만여 명의 유해가 안장된 잉슈진 위쯔시(漁子溪)촌의 ‘원촨 5·12 지진 피해자 공동묘지’에서는 1만 명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열흘간 4만 명이 참배했다. 이런 가운데 지진 발생 1주년을 앞두고 원촨현 정부가 23억 위안(약 4600억원)을 들여 초호화 지진 박물관을 건립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네티즌들이 반발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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