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국방부터 환경운동.스포츠.예술까지, 세계가 좁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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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20면

왕실의 공주와 왕자들을 둘러싼 러브스토리는 21세기에도 살아 있는 ‘페어리 테일(요정 동화)’이다. 온갖 시련을 겪다가 백마 탄 왕자와 결혼하는 신데렐라의 탄생은 현대인들의 ‘낭만샘’을 자극한다.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 모나코 스테파니(44.사진 1) 공주의 숱한 스캔들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골 메뉴였다. 5년 전 네덜란드 프리소(42) 왕자가 사랑을 위해 왕위 계승권을 버린 이야기는 한 세기 전 영국의 에드워드 8세와 심슨 부인의 러브스토리를 연상시켰다.

PRINCE & PRINCESS 왕가의 젊은 피들

하지만 최근 대중의 눈에 비친 공주·왕자들의 생활은 고정관념을 깬다. 스포츠 매니어로서의 풋풋하고 역동적인 모습은 젊은이들을 매료시킨다. 환경운동 같은 대의에 힘쓰면서 국민의 존경을 얻고 자국의 젊은 이미지를 해외에 각인시킨다.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가 건재해 40년째 왕세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찰스(61)는 더 이상 젊은 왕자가 아니다. 하지만 활동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 문제부터 문화·예술 분야까지 찰스가 국내외에서 맡은 감투만 400여 개에 달한다. 엘리자베스 2세의 차남 앤드루(49) 왕자는 영국 정부의 무역투자 특별대표로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2005년과 지난해 한국을 찾았을 때도 열성적인 업무 스타일을 보였다. 찰스의 아들인 윌리엄(27)·해리(25.사진2) 왕자는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주인공이 돼 나름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그들은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 각각 참전한 경력을 쌓았다.

덴마크·네덜란드·스웨덴·스페인의 왕세자·왕세녀들도 차세대 왕가의 변화상을 보여 주고 있다. 칼 16세 구스타브 스웨덴 국왕의 딸로 왕위 계승 1순위자인 빅토리아(32.사진 3)는 ‘스웨덴 스타일’을 홍보하는 아이콘이다. 각국을 돌면서 스웨덴 관광 진흥에 나서고 스웨덴의 음악과 디자인을 알린다. 그가 설립한 ‘빅토리아재단’은 장애아동과 청년들의 재활·레저활동을 지원한다. 빅토리아는 언론에 사생활을 보호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헬스 트레이너인 남자 친구 대니얼과 약혼한 그는 내년에 결혼하겠다는 뜻을 공개했다.

덴마크의 프레데릭(41.사진4)왕자는 호주 출신의 부인 매리(33)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왕실 커플로 꼽힌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덴마크의 요트 선수로 출전한 그는 호텔 바에서 변호사이자 마케팅 전문가인 매리를 만났다. 덴마크 이민자의 권익을 옹호해 온 매리도 자신의 이름을 딴 ‘매리재단’을 세워 문화 다양성 운동에 나서고,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해 왔다.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의 4대 독자인 빌렘 알렉산더(42) 왕세자는 스포츠광이다. 세계은행과 유엔이 설립한 ‘21세기 물 위원회’ 명예위원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차례의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한국을 지지해 준 인연을 갖고 있다. 1m97㎝의 장신인 스페인의 펠리페(41) 왕세자는 유명한 요트 선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스페인의 요트팀 대표선수로 참가해 개막식 때 국기를 들고 입장했다. 그러면서 최빈국에 대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럽의 차세대 국왕·여왕 후보자들은 어려서부터 엄격한 제왕학 수업을 받는다. 빅토리아 공주나 프레데릭 왕자처럼 대학 졸업 뒤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인턴십 과정을 거친 뒤 자국의 해외공관에 나가 현장 경험을 쌓기도 한다. 반면 현대 여성의 역할과 왕실의 보수적 전통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례도 있다. 유능한 여성 외교관으로 기대를 모으다가 왕실에 들어간 마사코 일본 왕세자비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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