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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람세스2세 아들들 무덤발굴현장 인터넷 중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유적과 유물을 통해 과거 인류의 활동과 문화를 복원해내는 학문분야인 고고학. 그러다보니 이 분야 전문가들은 인류조상의 흔적이 담긴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까마득한 오지 (奧地) 일 수도 있고 한창 도시개발이 진행되는 곳일 수도 있다.

그곳이 어디든 지금까지 전문가들에게 국한될 수밖에 없었던 발굴현장이 갑자기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바로 인터넷을 통해서다.

당장 월드와이드웹 사이트 http://www.kv5.com으로 들어가면 고고학의 세계가 활짝 열린다.

며칠전 외국인 관광객 살해사건이 일어났던 이집트 룩소르 인근의 '왕들의 계곡' (Valley of the Kings) 을 소개하는 '테번 매핑 프로젝트' 가 그것. 4개 항목 중에서 KV5를 클릭하면 고분발굴현장이 어깨너머로 지켜보듯 그려진다.

이 무덤의 주인들은 최근 세계 독서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소설 '람세스' 의 주인공인 람세스 2세의 아들들. 이집트의 수많은 고분중에서도 가족이 함께 묻힌 고분은 'KV5' 가 처음이다.

이 발굴을 지휘하는 학자는 카이로 아메리칸대학의 고고학교수 켄트 윅스. 지난 94년 발굴을 시작했던 그는 지금까지 얻어진 성과를 그대로 인터넷에 올려놓고 전세계 이집트학 학자들의 토론을 유도하고 있다.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 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람세스의 아들들의 무덤 규모도 정말 방대하다.

이 고분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방은 모두 1백10개. 아직도 40개 정도 더 남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실로 확인되면 람세스2세의 자녀수는 1백50명 가까이 된다는 말이다.

발굴팀이 임시로 2번으로 붙인 방의 바닥 구덩이에서는 두개골 4개와 다른 인골들이 발견됐다.

KV5로 불리는 이 고분에는 도굴 흔적이 군데군데 눈에 띄고 유물들은 3천년 동안 수차례 홍수에 시달리다 보니 진흙구덩이에 파묻히거나 깨진 것들이 많다.

지금까지 이 무덤에서 발굴된 유물은 수만점. 대부분이 질그릇 파편이지만 그중에는 묘지 주인을 미라로 처리하면서 장기 (臟器) 를 담았던 항아리같은 귀중한 유물도 포함돼 있다.

이 항아리는 한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돌로 제작된 것이 특징. 단지마다 람세스 2세 아들들의 이름과 지위가 청색으로 새겨져 있다.

각 방에서는 또 조각상들도 발견됐다.

순장풍습의 변형으로 해석하면 된다.

고대 이집트인의 신앙세계에서는 이 조각들이 사자 (死者) 의 하인으로 통했다.

죽은 사람들이 굶지 않도록 이들이 밥을 먹여준다는 풀이다.

3번방의 천정벽화에는 제작연대가 람세스 통치 6년으로 기록돼 있다.

그 근처에는 'Burton 1825' 라고 갈겨쓴 사인도 확인되었다.

바로 그해 영국탐험가 제임스 버튼이 이곳을 찾았다가 중요하지 않은 고분이라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윅스 교수는 지금도 흙과 돌더미로 막혀있는 회랑 두개를 열면 람세스 2세의 묘로 통하는 길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람세스의 묘까지 이르는 거리도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수많은 발굴중에서 유물이 나옴과 동시에 인터넷에 올려지는 경우는 이 발굴이 유일하다.

그러나 윅스 교수는 앞으로 더욱 많은 발굴팀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9월말 개설된 이 웹사이트에 오른 정보와 사진은 이미 1백70쪽 분량에 이른다.

윅스 교수는 앞으로도 2주일마다 50쪽 분량의 정보를 보탤 계획이다.

이 고분에 숨겨진 보물을 다 발굴하는데는 앞으로도 15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KV5의 수준에 비해서는 걸음마 단계이지만 고고학 발굴의 성과가 인터넷에 올려진다.

문화체육부는 내년부터 일반인들의 문화재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전국 곳곳의 발굴현장에서 나오는 유물들을 중심으로 발굴 결과와 평가를 사진과 함께 인터넷에 띄우기로 최근 결정했다.

문화체육부의 웹사이트는 http://www.mocs.go. kr. 지금도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관리국을 통해서 중요문화재 1만2천여점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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