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아파트 앞에 '러브호텔' 웬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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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대규모 아파트 단지 옆에 유흥주점.러브호텔을 갖춘 '환락빌딩'을 무더기로 허가내 줄 수 있느냐."

충남 천안시 홈페이지에 불당택지지구내 숙박시설 건축을 반대하는 글들이 잇달아 오르고 있다.

주민들은 입주할 아파트와 인접한 곳에 숙박시설이 들어서려 하자 시의 허가 조치에 반발, 전면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불당동 상업지역에는 3개층을 여관이 차지하는 8, 10층짜리 건물 두 곳이 공사 중이고 다른 한 곳은 건축 허가를 낸 상태다. 이 일대 5000여 세대 아파트 입주가 완료되는 올해 말 완공 예정이다.

^러브호텔 안된다="천안은 유흥문화의 천국입니다. 그런데 불당동까지 그런곳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까."(ID 황은희) "아이들 때문에 이사오는 것이 두렵다."(ID 이명희)

현대.동일.한성.대동 등 6곳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 30여명은 지난 16일 모임을 갖고 '임시입주자협의회'를 결성했다. 불당지구내 '러브호텔' 건축을 막기위해서다.

김모(43)씨는 "5층 안마시술소, 6.7층 유흥주점, 8~10층 여관인 건물이 몇개씩 내 집 앞에 들어선다고 생각해보라"며 "'내 집' 설레임이 절망으로 뒤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주민 발의를 통해 주거지역 가까이 숙박.위락시설 건축이 불가능하도록 시 도시계획조례를 바꾸려고 한다.

천안시민단체협의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시청사.종합운동장 등 공공시설과 아파트가 밀집한 불당동까지 환락가로 오염시켜선 안된다"고 말했다.

^허가 취소못한다=시 건축과는 주민들의 허가 취소 주장에 "상업지역내 숙박시설은 건축심의 대상이 아니라 법령 제한 사항만 지키면 허가할 수 밖에 없다"며 "불허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또 직소민원계 한 직원은 "경기도 부천.고양 등이 택지개발지구내 숙박시설관련 소송에서 패소했다"며 "법원이 구획정리지구와 달리 택지지구는 건축주의 재산권을 우선시한다"며 '취소 불가'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5월 대전고법이 천안시의 북부구획지구(두정동) 숙박시설 불허 조치때 건축주와의 법정 다툼에서 시의 손을 들어 준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얘기다. 두정동은 원지주들이 환지(換地)방식을 통해 받은 땅으로 불당동처럼 비싸게 산 땅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는 지난해 8월 불당지구 상업지역을 공개 입찰로 매각했다. 총 53개 필지 중 숙박시설이 가능한 23개 필지(전체 면적 34%, 4854평)는 평당 1100만원대에 낙찰됐다. 다른 상업용지의 두배 가격이었다.

한 입주예정자는 "시가 비싼 값에 땅이 팔았기 때문에 소송이 무서워 숙박시설 허가를 취소 못하고 있다"며 "아직 러브호텔 10여곳이 더 들어설 땅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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