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제품 경쟁력+시장 전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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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24면

일단 분위기는 좋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한국 휴대전화는 세계 시장에서 쾌조의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외려 높아졌다. 아직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이 나오지 않았지만 1위 업체인 노키아는 잘해야 제자리걸음에 그칠 것으로 보이고, 유럽 시장에서 죽 쑤고 있는 4위 소니에릭슨과 북미 시장에서 부진한 5위 모토로라는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가 밀려난 자리는 삼성과 LG가 차지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시장점유율이 1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동양종금증권이 전망한 LG전자의 1분기 점유율도 9%다. 올해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노키아·삼성전자·LG전자의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 휴대전화 왜 잘나가나

한국 휴대전화는 왜 세졌을까.

먼저 환율 효과를 떠올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어느 정도 사실이다. 경기침체에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잘나가는 데엔 원화가치 약세가 효자 노릇을 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최근 “우리가 고환율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기업답게 세계시장을 아우르는 공급망관리(SCM)에도 능하다. 시장별 수요에 맞춰 최적의 생산 장소를 골라 공장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국내 휴대전화 공장의 가동률이 늘어난 데엔 환율 덕분에 해외 공장보다 더 싸게 생산할 수 있게 된 점이 한몫했을 것이다.

환율 효과가 아니라 제품 경쟁력 자체가 뛰어나다는 찬사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최현재 애널리스트는 “휴대전화 판매량은 가격보다 디자인·기능 등 제품 경쟁력에 더 좌우된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시장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LG전자는 최근 3~4년간 연구개발(R&D) 투자에 힘써 선발 주자와의 제품력 차이를 확실하게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에서 보급형까지 모든 제품의 라인업을 갖추고 선진국과 신흥시장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글로벌 플레이어 전략을 선택한 덕분에 불황에 강한 면모를 보일 수 있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 각지에서 고른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데 높은 점수를 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고가 모델인 옴니아를 비롯한 터치위즈·인스팅트 등 풀터치 스크린폰의 누적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넘어섰다. 중저가 폰도 E250(3000만 대)·J700(1000만 대) 등이 호조였다.

브랜드 파워를 키워 놓은 것도 주효했다. 삼성전자 박천호 부장은 “불황이 이어지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이 강해진다”며 “브랜드 쏠림 현상이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4, 5위 업체인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의 시장점유율이 더 떨어지긴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 확대를 위해선 1위 노키아와 결전을 치러야 한다. 이 싸움의 승부처는 저가 폰이다. 향후 휴대전화 시장은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저가 폰 시장이 이끌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강자는 단연 노키아다. 삼성과 LG가 노키아의 플랫폼 전략(단일 모델을 많이 팔아 원가를 낮추는 것)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시장이 커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적극화하는 것도 긴요하다. 스마트폰은 노키아와 함께 림(리서치인모션)·HTC·애플 등의 선발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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