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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빅뱅]上.부실은행·종금사 강제 M&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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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부가 19일 '부실 금융기관의 조속한 정리' 와 '구조조정 지원' 을 골자로 하는 금융산업구조 조정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금융기관 빅뱅을 위한 첫 테이프 커팅에 불과하다.

넘어야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내년말로 잡혀있는 금융시장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국내 금융기관간의 짝짓기와 업무영역 허물기등 구조조정이 어떻게 현실로 옮겨지느냐가 주목거리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우선 시중은행과 시중은행이 합병할 경우 선도은행 (리딩뱅크) 으로 육성해 유상증자 특례 인정, 어음 관련및 증권업무 허용등의 '미끼' 를 제공한다.

또 시중은행과 증권회사가 합쳐 더 큰 은행으로 태어나면 증권업무 (유가증권 위탁매매 제외) 를 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금융권에선 외환은행과 국민은행, 부산은행과 동남은행, 대구은행과 대동은행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유인책에 더해 부실 금융기관의 조속한 퇴출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종금사는 98년 1월말, 은행은 98년 3월말, 여타 금융기관은 98년 6월말까지 자산및 부채 실사를 마치도록 한뒤 정리절차를 신속히 진행시키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금융기관을 3개 등급으로 분류, B등급 (미달) 은 경영개선등의 명령을 내리고 C등급 (크게 미달) 은 합병 또는 제3자 인수등을 권고한다는 전략이다.

만약 여기에 불복하면 제3자 인수등 강제정리를 추진하겠다는 차선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부가 정한 기한내 경영정상화를 일궈내지 못하는 은행.종금사가 수두룩할 전망이다.

종금사의 한 관계자는 "선발 6개 종금사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장기외자 조달을 통해 외화자금의 수급안정을 이루기는 어렵다" 며 "따라서 합병 결의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결국 부실여신이 상대적으로 적고 개인 또는 중소기업이 대주주인 종금사를 중심으로 시장에서 활발한 인수.합병 (M&A) 이 시도되고 그후 정부가 부실이 심각한 종금사를 대상으로 강제적인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때 이번 대책은▶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정리하고▶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꾀하며 이를 통해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인도를 회복해 해외자금 차입능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이 금융시장에 불안정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해 예금 전액 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유동성 부족을 막기위해 한국은행과 신용관리기금을 통해 자금을 적기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 해결해야할 과제도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해 인원정리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또 주인없는 은행의 제3자 인수를 위해서는 소유권및 경영체제 문제를 정리해야 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업무영역 조정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금융연구원의 양원근 (楊元根) 연구위원은 "은행에 대한 소유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3자 인수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며 "은행권은 합병, 종금사는 제3자 인수의 형태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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