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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결혼이민자 보듬는 ‘춤바람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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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우리나라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스트레스와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국어가 미숙해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 부부 갈등이나 자녀 양육문제로 인한 어려움도 만만찮다. 정부가 국가 차원의 사회 통합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등 이들을 돕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그래서다. 그럼에도 이들의 갖가지 어려움을 온전히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지역별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농촌 거주 여성 결혼이민자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러나 이들의 지역 적응을 위해 주민들이 적극 참여해 성공적으로 사회 통합을 이루어낸 경우도 있다. 강원도 원주시 호저면이 대표적 사례다.

호저면에는 19가구 남짓의 다문화 가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의 사회 통합을 위해 대학이 주관기관으로 나서 지역 자원과 함께 개인·가족·그룹·지역 사회가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중에서 마을 춤 개발과정은 여성 결혼이민자들과 지역 주민이 서로 화합한 좋은 예다. 마을 춤은 우리나라의 노동사위인 보리밟기와 강원도 아리랑 가락이 어우러져 다섯 동작과 다섯 마디, 그리고 하나의 대형으로 만들어졌다. 마을 주민의 단합된 모습을 얽힘과 풀림으로 그려냈다. 한국·중국·베트남·일본·태국 등 5개국의 고유한 의상과 소품을 한국 가락과 동작에 조화시켜 서로 다른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면서도 각국의 독특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마을 춤에는 여성 결혼이민자를 포함해 지역 주민 60명이 참여했는데 연령층은 20대에서 80대까지 그야말로 다양했다. 전문가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안무를 지도했다.

여성 결혼이민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서로 경계하고 어울리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마을 춤에 필요한 의상과 소품 준비를 위해 함께 모여 논의하고, 춤 동작을 하나둘 익혀나가는 과정에서 천진스럽고 즐거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주민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면 지역 행사에서 마을 춤의 첫 공연으로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이루었고 서로가 하나 됨으로써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한 게 아닌가 싶다. 그 후에도 마을 춤은 시·도 지역 행사에 초청받아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얼마 전엔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역 주민이 함께한 마을 춤 공연은 또 다른 차원에서 여성 결혼이민자를 포함한 지역 주민의 응집력을 더욱 견고히 한 계기가 됐다. 이처럼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는 제한된 자원으로 다문화 가족의 사회 통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방안이란 점에서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안양희 연세대 교수·간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