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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좋은 차’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한때 고성능, 중대형 차로 달려가던 소비자들이 이제 소형차, 고효율차로 돌아오고 있다. 경제위기로 지갑 두께가 줄자 차에 들어가는 기름값도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만 잘 고르면 의외로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다. 요즘에는 연비와 성능, 스타일까지 갖춘 차도 적지 않다. 이코노미스트가 ‘불황에 강한 차’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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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전문가들 중 일부는 직장 초년병에게 ‘자동차를 사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종자돈을 모아야 하는 시기에 자동차를 구입하게 되면 목돈이나 할부금이 나가기 때문이다. 차값을 치러도 차에는 돈이 계속 들어간다. 보험료, 세금 등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기름값이다.

연비·힘·승차감까지 갖춘 디젤 승용차 봇물 … 2000㏄ 승용차에서도 기름값 연간 150만원 차이 #정밀해부

서울시내에서 출퇴근만 해도 일주일에 최소 5만원 정도 기름값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분당, 일산, 김포 등 신도시에서 다니는 사람들은 한 달에 기름값만 40만~50만원 들어가는 것도 예외적이지 않다. 기름값 무서워 2000만원이 넘는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다니는 것도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기왕에 차가 있다면 연료 소모를 줄이는 운전법을 실천하면 도움이 된다(상자기사 참조). 연료 소모를 줄이는 운전법인 에너지 낭비를 막는 환경친화적인 운전법이기도 하다. 차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엔 연비가 좋은 차를 사는 것이 좋다. 경차나 소형차가 기본적으로는 연비가 좋지만 같은 배기량이라도 차종별로 연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면 ‘돈 버는 차’를 고를 수 있다.

요즘에는 스타일이 뛰어나고 성능이 좋은 차 중에서도 연비가 좋은 차가 많이 있다. 같은 배기량에서 차를 고르더라도 연비에 따라 연간 기름값이 100만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다. 10년이면 1000만원이 넘어 경차 한 대 값이 되는 셈이다.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차의 연비와 1년 기준 연료비가 계산돼 있다.

평균 연간주행거리는 1만6000km이며 연료비는 가솔린 1494.08원, 디젤 1319.87원, LPG 848.66원을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 시판되는 차 중 가장 연비가 좋은 차(자동변속기 기준)는 혼다의 시빅하이브리드(4090만원)다. 이 차의 연비는 L당 23.2km에 이른다. 하이브리드는 운행 시 전기모터가 동력을 보조함으로써 연료 효율을 높여 연비를 높인다. 쉽게 말해 전기모터가 내연기관 엔진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기름값 年100만원 차이 나기도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의 베르나 1.4HEV(2400만원)가 L당 19.8km로 가장 연비가 좋았다. 이 차 역시 하이브리드 승용차다. 쌍둥이 격인 기아차의 프라이드 1.4HEV(2400만원)도 같은 연비를 기록했다. 이들 모두 하이브리드 차로 가격이 비싸고 아직까지 100% 내연기관 차에 비해 동력 성능이 불충분한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차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익숙한 가솔린이나 디젤, LPG를 연료로 쓰는 차 중에서는 현대의 베르나 1.5디젤(1276만원)이 L당 17.4km로 연비가 가장 뛰어나다. 소형차인 데다 효율이 뛰어난 디젤 엔진을 얹어 국내 자동차 중 최강의 연비를 실현했다. 다만 디젤차인 만큼 어느 정도의 소음과 진동은 따른다.

기아의 모닝(916만원)과 GM대우의 마티즈(844만원)는 L당 16.6km로 가솔린차 중 가장 효율이 좋다. 둘 다 경차라는 점 때문에 선택에 한계는 있다. 수입차 중 폭스바겐의 제타 2.0TDI(3140만원)가 L당 17.3km로 가장 뛰어났다. 디젤차인 제타 2.0TDI는 같은 거리를 운행할 경우 모닝이나 마티즈보다 오히려 기름값이 적게 든다.

폭스바겐의 뛰어난 디젤 기술 덕에 진동이나 소음도 가솔린차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배기량에 비해 차체가 작은 편이고 가격은 국산 대형차와 맞먹는다는 점이 약점이다. 연비는 좀 떨어지지만 가장 돈이 덜 드는 차는 모닝LPI(998만원)다. 휘발유의 절반 값 정도 되는 LPG를 주연료로 사용하는 이 차는 L당 13.4km라는 준수한 연비로 연간 연료비가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대형차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면 돈 버는 차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작고 덜 안락한 점이 있지만 불경기에는 이런 차가 적격이다. 수입차 중엔 소형차임에도 스타일과 연비를 동시에 잡은 차도 있다. 미니쿠퍼(3420만원)는 빼어난 스타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지만 L당 13.7km를 달릴 수 있다. 컨버터블도 있어 연비와 멋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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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품질이 뛰어난 준중형차는 선택의 폭이 넓다. 현대의 아반떼 디젤(1536만원)과 i30 1.6디젤(1671만원), 기아의 포르테 1.6 디젤(1679만원)이 L당 16.5km로 뛰어난 연비를 자랑하고 있다. 이 차들의 가솔린 버전 역시 L당 15km를 넘어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수입차는 1600㏄ 이하급보다 2000㏄급에서 더 뛰어난 연비를 가진 차가 많았다.

2000㏄급에서 수입 디젤차의 연비는 국산차와 큰 차이를 나타냈다. BMW 520d(6210만원) 같은 프리미엄 디젤승용차조차 L당 15.9km라는 놀라운 연비를 갖추고 있었다. 폭스바겐, 푸조, BMW 등 유럽의 디젤차는 세단, 쿠페, 해치백, 왜건까지 다양한 버전을 내놓으면서도 뛰어난 연비와 힘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반면 국산차는 준중형인 라세티에 디젤엔진을 얹은 라세티 2.0디젤(1679만원)만이 L당 15.0km로 유럽차와 견줄 만했다. 중형차인 쏘나타는 디젤이나 가솔린 모두 유럽차에 못 미치는 연비를 보였다. 2000㏄급 이상에서도 전반적으로 수입차의 연비가 뛰어났다. 평소 운행거리가 많고 차를 10년 이상 탈 생각을 하고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2000㏄급에서는 수입차도 고려해 볼 만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름값 절약분으로 차값의 상당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단순히 연비 외에 안전성이나 엔진성능 등의 차이를 감안하면 수입차가 꼭 터무니없이 비싼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수입차의 보증수리 기간도 파격적으로 늘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한다면 유지비용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폭스바겐의 파사트 2.0TDI sport(4740만원)는 중형차 수준의 넓은 실내공간과 디젤차 특유의 파워, 가솔린차 못지않은 정숙성을 갖추면서 연비(15.6km)까지 갖춰 패밀리카로서 손색이 없다. 2000㏄ 이상에서는 국산차와 수입차 연비에 큰 차이가 없다. 대형 디젤 승용차가 없는 국산차에서는 SUV 중 2륜 구동차가 그나마 연비가 좋았다.

싼타페 2.2VGT 2WD(2774만원)가 L당 13.1km로 가장 연비가 좋은 차였다. 대형 SUV인 모하비 3.0 디젤 2WD(3226만원)도 L당 11.1km로 괜찮은 연비를 보인다. 수입차에서는 재규어, 렉서스, BMW, 벤츠, 아우디 등 프리미엄급 차들이 뛰어난 성능과 함께 경제성도 갖추고 있다. 재규어 X타입 2.2d(4910만원)는 L당 13.7km를 달려 고급차이면서도 뛰어난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볼보 S80 D5(5287만원), BMW 535d(9680만원), 벤츠 C220CDI(6290만원) 등도 L당13km 내외로 프리미엄급 차의 이미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연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0cc급에선 유럽 디젤이 강자

3500㏄ 이상의 대형차에서는 사실상 연비가 큰 의미가 없다. 워낙 차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대형차를 산 사람들에게 연비가 선택의 중요한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디 A8 4.2TDI(1억3130만원)는 L당 10.2km를 기록해 대형차 중에서 발군의 연비를 보였다. 최고급 클래스의 차를 타면서도 연료비는 중형차 수준인 셈이다.

렉서스 LS600hL(1억7390만원)은 고급 대형세단으로 하이브리드 엔진을 채택해 연비(L당 9.5km)도 높을 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소비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쿠스 380(6370만원)도 L당 9.3km의 연비를 기록해 경제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산차들이 연비가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수입차들, 특히 유럽차와 일본차의 연비가 상대적으로 더 좋았다.

수입차 특성상 차량 가격이 비싸 전체적인 경제성 면에서는 아직 뒤처지지만 연료비 측면에서 본다면 국산차들이 좀 더 개발할 여지가 있다. 특히 법규와 시장성 때문에 한국에 수입되지 못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의 고효율 가솔린차까지 감안한다면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고유가와 친환경을 고려한 기술개발에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이미 ‘3L 카’가 상용화된 상태다. ‘3L카’란 3L의 연료로 100km를 갈 수 있는 자동차를 말한다. 환율과 수익성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소형차나 경차들도 세계적인 연비를 자랑하는 차가 많다. 이대로 가다간 유럽, 일본과 FTA가 체결될 경우 차량 가격도 싸지고, 법규상 수입불가능한 차가 거의 없어져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소형차 시장에서 가지는 프리미엄을 지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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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아끼는 운전법

1. 관성의 법칙을 이용하라.(코너나 내리막길, 신호등 앞에서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관성으로 달리다가 멈춰라.)
2. 급가속, 급제동은 금물.(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급가속, 급제동을 반복하면 연료가 30% 이상 더 든다.)
3. 신호대기 시간이 1분 이상이면 기어를 중립(N)으로 둔다.
4. 가능한 한 포장 도로로 운전하라.(비포장 도로는 35% 정도 연료 소모가 많다.)
5.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00km 정속주행을 유지하라.(시속 150km로 달릴 경우 연료가 40% 이상 더 소모된다.)
6. 고속주행 시 창문을 닫고 운전하라.(공기저항으로 연료소모가 많다. 덥다면 에어컨을 켜는 게 낫다.)
7.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라.(시속 40km 이하에서는 창문을 여는 게 낫다. 에어컨을 사용하면 연료가 20% 더 소모된다.)
8. 3분 이상 정차 시 시동을 끈다.
9. 주유는 탱크 용량의 절반만 한다.(기름도 무거운 액체다.)
10. 정비를 철저히 해 부품 점검, 교환 주기를 지킨다.(엔진오일만 제때 갈아줘도 효율이 좋아져 연료가 5% 절감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11. 트렁크를 비워라.(골프백, 세차용품 등 쓰지 않는 짐을 빼는 것만으로 연료를 아낄 수 있다.)
12. 타이어 공기압을 적정하게 유지하라.(적정 공기압에서 1psi만 부족해도 연비가 3% 나빠진다.)

이석호 기자 luk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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