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국 중국에 불어닥친 심각한 묘지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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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는 묏자리 가격이 폭등하면서 ‘돈 없으면 마음 편히 죽지도 못하는’ 현상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주펑(九峰) 열사공원묘지에 올해 초 사망한 큰 형의 유해를 모시면서 묏자리를 2만 위안(한화 4백만 원)에 샀다는 천(陳)선생은 “1990년대에 친척의 묘지를 살 때는 6880위안(137만 원)이 들었다. 지금 같은 위치의 묏자리 가격이 3만 위안 이상으로 10년 전보다 5배 가까이 올랐다”고 토로했다.
요즘 중국에서 묘를 쓰기에 좋은 명당자리 가격이 10만 위안(한화 2000여 만원)에 이르는 등 묏자리 가격이 폭등해 서민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중국신문사는 최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정부가 시 정치협상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묘지 부족과 장례 비용 폭등으로 ‘마음 편하게 죽지도 못하는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난달 31일자에서 소개했다.

◇공원묘지 명당자리는 부르는 게 값=”현재 우한시가 운영하는 공동묘지 가운데 6880위안(한화 138만원) 이하의 일반적인 묘지는 수도 적을뿐 아니라 구할 수 조차도 없다. 환경이 좋고 넓은 묘지의 평균 가격은 보통 8000위안(한화 160만 원)을 넘는다. 2만 위안(400만원) 대의 가격도 중간 수준에 불과하고, 잘 조성된 공원 묘지는 10만 위안(한화 2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한시가 작성한 일반 장례 현황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중국신문사 기자가 지난달 30일 우한시 시정부 샤오보훙(肖伯紅)위원과 실태 조사를 위해 한양볜단산(漢陽扁山) 공동묘지를 방문했다. 가장 싼 묏자리는 1만800위안(한화 216만원)으로 산꼭대기에 있었다. 성묘객들이 산에 오를 필요 없는 남쪽 평지 가격은 1만2800위안에서 3만3000위안 선이었다.
샤오 위원이 공원 정면에 있는 산비탈의 묘지 가격을 묻자 직원은 “이쪽은 향이 좋고 햇볕이 잘 들어 ‘예술 조각’을 세워야 하므로 가격이 올라갑니다. 자리값만 2만8800위안에 비석을 합치면 3만6000위안(한화 720만원) 정도입니다”라고 답했다. “비석을 안 세우면 얼마냐”고 묻자 그는 “공원 정문에서 바로 보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묘지 전체의 통일과 미관 문제 상 비석을 꼭 세워야 한다”고 답했다. 이 공원묘지에서 최고 명당자리는 공식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 곳은 직접 흥정을 통해 가격이 정해지며 20만위안(한화 4000만원)이 최저가고 상한가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수목장도 문제투성이=공동 묘지의 지나친 이윤 추구와 매장 방식이 생태 환경 파괴 주범으로 몰리면서 최근 중국에서도 수목장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비율은 아직 9%에 불구하며 땅이 필요 없이 강에 유골을 뿌리는 경우는 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한시는 2000년도부터 생태환경 보호 차원에서 수목장을 적극 권하고 있다. 우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목장 공원 샤오언위안(孝恩園)은 소나무 2만 위안, 벗꽃나무 2만5000위안(한화 500만원)에 달했다. 몇 천 위안대의 저렴한 수목장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의 수목장 공원도 한 기에 평균 1만2000위안(240만원)이었다.
수목장을 전문으로 한다는 샤오언위안 공원의 실태는 일반 공동 묘지와 다를 바 없었다. 계수나무와 벚꽃나무는 약 2m 간격으로 서 있었다. 한 그루가 차지하는 면적이 3㎡로 일반 무덤 4개 면적과 같았다. 수목장도 유골을 유골함에 넣은 뒤 매장하고 작은 묘비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수목장 자리는 일반 무덤보다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해 장례 간소화의 의미는 크게 퇴색한 상태다.

◇값싼 유골함은 아예 판매도 안해=우한시 장례식장이 보유하고 있는 유골함은 주로 목재와 석재로 만들어 진 것이다. 가격대는 190위안(3만8000원)에서 2만8800위안(576만원)이다. 하지만 중저가 유골함은 물건 공급이 적고 특히 값싼 유골함은 샘플만 있을 뿐 실제로는 판매하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상주가 준비해 오는 유골함은 아예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어 상주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샤오 위원은 조사 과정에서 많은 상주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품질이 좋은 한백옥이나 홍목으로 만든 유골함은 6000위안에서 몇 만 위안이 넘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어떤 시민은 장례식장에서 멋대로 서비스를 제공한 뒤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그 시민은 "가장 비통하고 슬픈 순간에 추가 비용 운운하는 장례식장의 행동에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샤오위원은 이같이 “돈 없으면 마음 편히 죽지도 못하는 현상은 묘지 자원 부족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한시 소재 공동묘지는 14개에 총 면적 5600무(, 1무=666.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이미 사용 중이다. 게다가 매년 약 2만 여명이 공동묘지에 안장되는 실정이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10년 이내에 심각한 묘지부족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중국에서는 사망자 약 90%가 매장 후 비석을 세우는 전통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수목장과 납골당 등의 장례방식을 권장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의 의식과 공동묘지의 경영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묘지 부족 현상은 단시일 내에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 중국연구소 선우경선 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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