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첼로, 7월의 밤 녹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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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첼로가 독주 악기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이다.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가 바흐의'무반주 모음곡'전6곡을 연주한 것은 1890년. 바흐 사후 140년 만의 초연이었다. 첼리스트는 독주 무대에도 서긴 하지만 원래 앙상블을 즐겨 하는 편이다. 첼로만큼 평화.화합.사랑.우정 등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악기도 없다.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로 구성된 '베를린필 12 첼리스트'(이하 '12')가 7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한다. 1992년, 96년, 2000년, 2002년에 이어 다섯번째다. 멤버들은 물론 레퍼토리도 한결 젊어져 재즈와 남미의 보사노바.탱고는 물론 '캐치 미 이프 유 캔'등 최근 개봉된 영화 주제음악까지 열두대의 첼로가 빚어내는 화음에 녹여낸다. 때를 같이해 불멸의 영화음악을 담은 음반'As Time Goes By'(EMI)가 국내 출시된다.

베를린필 첼로 파트의 정원은 13명. 그 중 4명의 수석주자 중 한명만 교대로 쉬고 나머지는 매년 여름 세계 순회공연에 나선다. 72년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출범한 '12'는 32년 동안 단원이 하나둘 은퇴하면서 창단 멤버 중에는 당시 31세였던 괴츠 토이치(63)만 남아 있다. '12'는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첼로 앙상블이지만 원조는 아니다. '첼로 앙상블'은 첼로를 독주 악기의 반열에 올려 놓은 파블로 카잘스의 아이디어였다. 27년 32명의 첼리스트를 위해 카탈루냐 춤곡'사르다냐'를 직접 작곡했다. 하지만 '첼로 오케스트라'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20년에도 첼리스트 율리어스 클렝겔이 '12대의 첼로를 위한 찬가(讚歌)'를 작곡해 지휘자 아르투르 니키시의 65회 생일 축하 파티에서 연주했고 2년 후 니키시의 장례식 때도 연주했다. 하지만 이 악보를 50년 만에 재발굴해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은 베를린필의 '12'였다. 창단 당시엔 레퍼토리가 '찬가' 한곡뿐이었지만 지금은 70여곡으로 늘어났다. 편곡까지 보태면 120곡이 넘는다.

프로그램은 빌라 로보스'브라질풍의 바흐 제1번', 피아졸라'신비한 푸가', 존 윌리엄스.제임스 호너의 영화음악 (금 오후 8시30분) , 클렝겔'찬가', 글렌 밀러'문라이트 세레나데', 피아졸라'리베르탕고'등(토 오후 1시30분). 02-368-1515.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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