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약삭빠르게 정치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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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약삭빠르게 정치를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이상득(사진) 전 국회부의장이 경주 재선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무소속 정수성 후보 사퇴 압박설을 해명했다. 이 전 부의장은 2일 당 소속 경북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정씨에 대한 사퇴 압박은 절대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전 부의장은 모임 직후 기자와 만나서도 “정씨가 육군 대장 출신인데 내가 사퇴하란다고 하겠느냐”며 “육군 대장까지 지낸 분의 인격을 믿는다. 직접 그랬을 리는 없고 주변 사람들이 선거에 이용해 보자고 나서 기자회견을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전이란 게 항상 이런 일이 있고 앞으로 더 생길 수 있다”면서 “점잖다는 미국도 선거에서는 온갖 추문이 난무한다. 나도 선거 때 TV토론하며 면전에서 ‘도둑놈’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오찬은 한나라당 경북도당위원회(위원장 정희수 의원)가 경주 재선거에 당의 공천을 받은 정종복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나라당 경북지역 의원 15명 중 김태환·장윤석·정해걸 의원 등13명이 참석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수성 후보의 기자회견으로 불거진 사퇴 압박 논란은 박근혜 전 대표가 1일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발언하면서 경주 선거전의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은 그러나 이날 신상 발언에서 사퇴 압박설과 관련해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22일 정 대장이 정중하게 만나자고 해 밤 9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마음 정리가 안 됐다며 취소 연락을 해왔다”며 “궁금하기도 해 이명규 의원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을 보낸 건 이 의원이 친이도, 친박도 아닌 중립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지만 이젠 잊어버리고 싶다.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전 부의장은 또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앞으로는 말을 안 해야겠다. 회의 때도 말을 하면 언론에 다 나가더라” 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서 참석자들은 선거대책위원장을 정희수 도당위원장이, 선대본부장은 강석호 의원이, 지역캠프 위원장은 공천을 신청했던 황수관 박사가 각각 맡기로 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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