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소비자 골탕먹이는 무이자 할부판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최근 현대자동차의 1천8백㏄ (오토) 쏘나타Ⅲ 모델을 구입한 金모 (38) 씨는 좀처럼 분이 가시지 않았다.

金씨는 10개월 무이자할부를 해주겠다는 영업사원의 권유로 지난달 28일 차를 인도받았다.

그러나 채 1주일이 안돼 영업소측은 동일차종의 판매조건을 24개월 무이자할부로 연장했다.

대우자동차의 레간자 2천㏄ (오토) 모델을 지난 3일 신할부제로 계약한 朴모 (43) 씨도 비슷한 경우이다.

朴씨가 차를 건네받은 6일 이후 대우영업소들은 라노스.누비라.레간자.프린스 차종에 대해 30개월 무이자할판에 들어간 것. 朴씨가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며칠만 차 구입을 미뤘다면 할부 이자만 2백2만2천48원을 절약할수 있었다.

이달들어 자동차회사들의 무이자할판 경쟁이 불꽃을 튀기면서 즐거워해야 할 소비자들이 오히려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일부 영업소들은 재고소진과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무이자할판이 쉬쉬하며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는 "무이자할판을 하지 않고 있다" 거나 "직원들만 대상으로 한다" , 또는 "일부 영업소에서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다" 라며 사실과 다른 말을 해왔다.

지난달 28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긴급회장단 모임에 참석했던 업계대표들 조차 "앞으로 무이자할판을 하지 말자고 업계차원에서 합의를 봤기에 연말무이자 할판은 없을 것" 이라고 공언했다.

이 말을 믿고 정상할부 조건으로 계약한 일반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은 셈이다.

물론 무이자할판이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내년에도 대다수 소비자들은 업체가 뭐라하건 보다 파격적인 조건이 나올 때까지 구입을 미룰 것이다.

유권하 <경제2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