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전·자동차등 내수시장 한파…소비심리 위축에 중저가 수입의류 판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자동차.가전.기계.의류등 국내 주요 산업이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자동차는 올 내수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또 가전제품은 2년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고, 지난 3년간 증가세를 보였던 공작기계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장기 불황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깝고 수입제품이 밀물처럼 밀려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때문이다.

불황 타개를 위해 업체마다 수시로 할인판매에 나서지만 판매량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자동차의 경우 올들어 업체마다 새 모델을 내놓고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내수판매는 되레 줄고 있다.

올들어 10월까지 자동차 판매실적 (자동차공업협회 추계) 은 모두 1백3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사상 첫 내수 감소세가 예상된다.

자동차업체들은 연초부터 몇차례 무이자할부판매를 실시했고 일부 업체는 최장 60개월까지 할부판매에 나서고 있으나 실적은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90년대 이후 내수시장 포화상태로 고전중인 가전제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실적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올 9월까지의 냉장고.음향기기 판매액 (전자진흥회 추계) 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와 16.9%가 각각 감소한 4천6백억원.3천9백40억원에 그쳤다.

또 VCR의 판매실적은 지난해보다 1.8% 줄었고 컬러TV와 에어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그나마 잘 팔리는 일부 인기모델 중심의 판촉으로 힘겹게 대처해가고 있다.

의류는 수입제품에 밀리고 있는 대표적 제품. 서울 신촌의 그레이스 백화점 의류상품 구매담당 박상우 (朴祥佑) 대리는 "중저가 제품인 경우 이미 홍콩브랜드에 안방을 내준 형편" 이라며 "국산 제품은 대부분 제값 이하로 할인판매되고 있다" 고 말했다.

공작기계 내수시장도 기업들의 설비투자 축소로 꽁꽁 얼어붙었다.

올들어 9월까지의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줄어든 6천33억원에 그쳤다.

공작기계 내수판매액이 줄어든 것은 94년 이후 3년만이다.

전통적인 내수업종인 제지업도 대통령선거가 임박했지만 홍보용 선거특수마저 살아나지 않고 있어 늘어나는 재고 처리에 고심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신후식 (申厚植) 국내경제팀장은 "기업체 감원, 부동산.증권등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며 "기업도 저 (低) 성장시대에 맞춰 생산량 조절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실정" 이라고 진단했다.

고윤희·유권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