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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아니라 애물단지 주는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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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탁월한 의전 선물로 상대국 정상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임자들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조언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국제 외교 무대에서 잇따른 결례를 범하며 아마추어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달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러시아 외무장관회담에서 미국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양국 관계 개선을 기원하며 선물한 상자에는 러시아어로 ‘재설정’과 비슷한 ‘과부하’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어 러시아 관계자를 당황케 했다.

오바마는 지난달 초 미국을 방문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에게 영국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미국 고전 영화 DVD를 선물하는 실수를 범했다. 영국 언론은 “오바마가 노예를 구조했던 영국 함정 HMS 가넷의 목재로 만든 펜 받침대와 윈스턴 처칠의 자서전 등 정성을 다해 선물을 고른 브라운을 모욕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위크는 “이처럼 국제 외교 무대에서는 작은 실수가 큰 문제를 야기한다”며 “앞선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적 사례를 참고해 상대방에게 알맞은 선물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잡지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숀 르메스 아일랜드 총리에게 준 선물을 최고로 꼽았다. 케네디는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의전용 도검 복제품을 보랏빛이 도는 마호가니 상자에 담아 선물했다. 군축 협정을 위해 1972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에게 당시 공산 세계에서는 동경의 대상이던 신형 캐딜락 자동차 ‘엘도라도’의 열쇠를 건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워싱턴을 찾은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에게 ‘프롬프터’를 선물했다. 원고 없이도 유창하게 연설하는 자신의 능력을 부러워했던 시라크에게 프롬프터의 존재를 알리며 기쁨을 준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선물은 상대의 취향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전 총리가 2006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부시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인 고이즈미를 멤피스의 엘비스 저택으로 데리고 가 엘비스의 히트곡을 담은 주크박스를 선물했다. 게다가 대통령 전용헬기인 ‘머린원’에 고이즈미가 좋아하는 ‘주시 프루츠’ 껌을 비치해 고이즈미를 감격시켰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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