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잡힌 박연차 500만 달러 … 종착역은 어딜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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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진례면 청천리에 있는 박연차 회장 소유의 정원식 음식점 금호가든. 박 회장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장소로 알려진 이 식당은 휴업 중이다. [김해=송봉근 기자]


◆홍콩에서 미국으로 간 500만 달러=박 회장은 홍콩에 7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인 APC(Asia Pacific Company)를 통해서다. 그런데 박 회장의 비자금 중 500만 달러가 지난해 2월께 미국의 한 계좌로 이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이다. 이 계좌는 차명계좌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계좌의 실 소유주가 노 전 대통령의 인척이라는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벌여 왔다.

계좌를 관리해온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연씨는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사위로 박 회장과 신발 제조 소프트웨어 관리업체인 S사를 함께 운영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연씨에게 거액을 보낸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노 전 대통령 측도 이 계좌의 존재를 최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하지만 인척이 관련돼 있어 적극적으로 해명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와 관련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건호씨 관련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 해명했다.

검찰의 최종 확인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돈의 출발지인 홍콩에 사법 공조를 요청해 놨다. 최근 대검 중수부는 1차 추적 자료를 넘겨받았고, 연결 계좌에 대한 추적을 다시 요청한 상태다. 관련자 진술을 통해 대강의 흐름은 파악됐지만 최종 사용처를 확인하려면 추가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해외 비자금 추적이 수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계좌 추적이 마무리되지 않은 현 상태에선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홍콩 회사 APC의 비자금 685억원이 발견됐을 때부터 그 용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박 회장은 이 돈을 해외에서 관리하면서 비자금으로 썼다. 국내에 유입돼 최근 일부 드러난 정치권 로비 등에 쓰이기도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베트남·중국에서는 공장을 방문하는 국내외 유력 인사들을 관리하는 데 사용됐다. 미국 뉴욕에 있는 K식당을 통해 정치인에게 뿌려진 달러도 홍콩 비자금의 일부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검찰 수사는 4월 1일 임시국회를 맞아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30일 조사를 받은 서갑원 민주당 의원과 27일 소환된 박진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해 현역 의원 4~5명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현역 의원들은 일괄해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이번 주엔 이미 구속된 피의자 6명을 기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숨고르기를 하면서 기존에 제기돼 있는 의혹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등이 수사 대상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기업인 C씨와 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L씨 등이 관련 인물로 거론된다. 검찰은 두 사람과 박 회장 사이의 자금 거래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또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이 박 회장에게 건넨 50억원의 성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김승현·이철재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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