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꼭 처리” 정부, 여당에 호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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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총리(左)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中)·정몽준 최고위원이 30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형수 기자]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데는 우리에게 석유자원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축복입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30일 여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에서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총리가 여당 국회의원들의 연찬회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정치인 출신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1시간여에 걸친 강연에서 “기후변화는 거대한 외부 불경제로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지 않고 그대로 둘 경우 금세기 말까지 기온이 6.4도 상승해 중요 동식물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총리는 “앞으로의 시대에는 화석연료보다 사람의 머리가 중요한데 우리는 가장 중요한 인력을 갖고 있다”며 “녹색성장의 기본은 기술이고, 그게 우리의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 총리의 특강은 지난 10일 추경예산 협조 요청차 박희태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박 대표가 강연을 부탁해 이뤄졌다고 김왕기 총리실 공보실장은 전했다. 실제 한 총리는 2007년 유엔 기후변화특사를 지낼 정도로 이 분야 전문가다. 이미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 3000여 명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상대로 같은 주제의 순회 강연을 마쳤다고 한다.

총리에 이어 강연자로 나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가 경제위기 극복의 선두국가가 되느냐는 추경예산 집행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한나라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이어 “추경 편성에 적시성, 경제적 약자 등 선택과 집중, 한시성 등을 고려했다”며 “앞으로 추경예산이 한 푼도 낭비되지 않고 전달되도록 복지체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내수시장을 키워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추경예산 처리와 세법개정 등 법안 처리와 관련해 “당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부탁한다”는 말을 5~6차례나 반복했다. 지난달 자신의 ‘깽판 국회’ 발언에 대해 “위기 극복을 위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에 오해가 있었다. 저의 모자람 탓이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윤 장관은 또 “우리 자본시장은 참으로 아름다운, 적정 규모의 여인상과 같다고 국제시장에서 비유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와 회수, 환전 등에 아무런 장애가 없는 완전 개방된 나라”라며 여인상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임태희, “추경으로 GM대우 지원 안 돼”=한편 이날 오후 100분간의 비공개 토론에서 조진형(부평갑) 의원은 “이번 추경예산을 통해 GM대우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개별 기업 문제를 재정으로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채권단인 금융권의 문제해결을 당과 정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연찬회에는 국회의원 150여 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50여 명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정효식·선승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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