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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부처 개각 배경] "예정된 것…국면 전환용은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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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가 김선일씨 피살과 개각의 상관관계를 정리했다. 당초 예정됐던 통일.보건복지.문화관광부 장관 등 3개 부처 개각은 이르면 29일께 단행하기로 했다. 그 뒤 감사원 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김씨 피살과 관련된 문책 인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추후 외교통상부 장관 등에 대한 문책 인사가 있을 경우 '순차(順次) 개각'이 되는 셈이다.

선(先) 3개 부처 개각을 결정한 데 대해 정찬용 인사수석은 "이미 다 알려졌던 사실이라 더 늦어질 경우 해당 부처의 행정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고된 대로 통일부 장관에는 정동영 전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김근태 의원, 문화부 장관에는 정동채 의원의 기용이 확실시 된다. 윤태영 대변인도 "기존 방침과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29일 오후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의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놓은 상태다.

이는 열린우리당 등 여권 내에서 우후죽순처럼 불거져 나왔던 '조각 수준의 개각설' '외교부 장관 전격 경질설' '국정쇄신 개각설' 등에 쐐기를 박는 모양새다. 개각을 일단 3개 부처로 국한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스타일과 관련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한 수석비서관은 "노 대통령은 수습이 안 되면 절대 (장관을) 안 내보내는 스타일이다. 단지 분위기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하는 전격적 인사, 근거가 확실치 않은 경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외교부의 오랜 부처 이기주의적 조직 문화와 일부 외교관의 느슨한 업무 자세에 대해서는 비판이 작지 않다. 그러나 장관 한 사람의 경질로 일거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감사원의 조사를 근거로 외교부 대응의 전반적 문제점과 문책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인사와 시스템 개혁을 병행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윤영관 외교부 장관 시절 "외교부를 개혁하라고 윤 장관을 보냈더니 같은 편이 돼 가는 것 같다"고 뼈있는 얘기를 했었다.

올 초 본지와의 대담에서 노 대통령은 "정부의 잘못에 대한 보도가 나올 경우 '누가 저런 꼴을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않는다. 대신 '그 사람의 공과를 정확히 평가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느냐'를 물어본다"고 했다. 여론의 거친 비난에도 불구하고 느긋해 보일 정도로 청와대가 신중한 처신을 하는 배경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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