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은 지능개발 '보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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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자녀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공부한다고 나무라지 말라. ' 수능시험을 열흘 앞둔 수험생을 두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드리고 싶은 충고 한마디다.

클래식 음악은 인간의 지능향상에 도움을 주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답은 '예스' 다.

지금까지는 음악이 인간의 정서함양이나 창의성 개발, 즉 상상력이나 감성에 해당되는 대뇌 우반구와 관련있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좌반구에 속하는 수학적 지능 향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취학전 아동들에게 8개월 동안 피아노를 가르쳤더니 공간 지각능력 테스트에서 컴퓨터를 배운 아동들보다 46% 높은 점수를 받았다.

피아노 교습은 컴퓨터 교육보다 수학.과학 공부에 필요한 지능향상에 도움을 준다.

' 지난 2월 신경생리학자 프란세스 로셔 (위스콘신대 교수) 와 물리학자 고든 쇼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음악교육학회에서 발표한 후 '뉴스위크' 에 보도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연구결과다.

이 이론은 음악적 재능이나 교육환경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은 물론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 푸대접을 받던 음악교사들에게 적잖은 희망을 안겨주었다.

또 94년 미국심리학회에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굳이 악기를 배우지 않고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틀어주기만 해도 공부에 도움이 되고 공간 지각능력이 향상된다는 것. 그후 미국서 실시된 한 갤럽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음악이 아동의 지능발달에 도움이 된다' 고 대답했다.

첼리스트 출신의 여류 심리학자인 프란세스 로셔 박사는 93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모차르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K.448' 을 듣고 난 학생 집단이 공간추리력 테스트에서 다른 집단보다 월등히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후 이른바 '모차르트 효과' (Mozart Effect) 라는 말이 생겨났다.

말하자면 클래식 음악중에서도 모차르트의 음악이 지능향상에 좋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94년 9월1일 미국 NBC - TV의 뉴스프로인 '데이트라인' 이 로셔 박사와의 인터뷰를 소개해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로셔 박사는 그가 모차르트를 선택한 이유는 모차르트가 네살때부터 작곡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든 쇼 교수는 14명의 수학자들과 인터뷰한 결과 8명이 음악과 수학이 서로 관계가 있으며 수학 연구를 하는 동안 음악을 듣는다고 답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실은 실리콘 밸리에서 근무하는 고급 엔지니어나 디자이너중에는 취미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다는 것이다.

또 미국교향악협회가 발행하는 '심포니' 지 96년 9.10월호에서 게재된 미국 대학입시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음악을 공부한 학생들이 음악을 배우지 않은 학생들보다 언어.수학 분야에서 SAT 점수가 높았다' 는 것이다.

인도 출신의 세계적인 수학자가 많은 것도 이들이 복잡하기로 말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의 라가음악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났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한 과학경시대회에서 17개국 중에서 헝가리가 1등, 미국은 14위를 차지했다.

헝가리는 유치원때부터 '코다이 메소드' 라는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음악교육 방법을 개발해 가르치고 중학교 2학년까지는 매주 두차례 성악.기악 교육을 필수로 가르치고 있다.

'음악심리학' 의 저자인 인지심리학자 다이애나 도이치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음악을 이해하는 인지과정은 다른 대뇌의 기능,가령 지각.기억력.언어능력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고 말한다.

이석원 교수 (서울대.음악학) 는 "직업적인 음악가들에게 음악은 정서적 활동일 뿐만 아니라 '언어' 에 맞먹는 지적인 작업" 이라며 "음악가들이 악보를 외워서 연주할 수 있는 것은 수학이나 체스와 마찬가지로 개별사건이 아니라 과정 (process)에 대한 이해 때문" 이라고 말했다.

30여분 걸리는 긴 음악을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는 것은 바둑에서 복기 (復棋)가 가능한 것과 다름없다.

'모차르트 이펙트' 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자 워너뮤직 코리아는 올해초 로셔 박사의 연구결과를 자세히 소개한 해설서를 곁들여 모차르트의 K.448을 담은 음반 '모차르트 이펙트' 를 내놓아 지금까지 7만7천장을 팔았다.

피아노를 배우고, 클래식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백번 양보해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되더라도 손해볼 염려는 없다.

클래식 음악은 지능향상 외에도 신체기능 향상, 소음의 은폐와 차단 등 다양한 효험을 자랑하는 명약 (名藥) 이기 때문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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