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수학여행 건축가들,'빼어난 옛집'에서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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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안동의 병산서원을 처음 찾았던 몇몇 건축가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

전세계를 돌며 그토록 찾아 헤메던 생각있고, 느낌있는 건축미의 전형이 바로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민현식 예술종합학교 건축과교수) "안동 봉정사의 부속암자인 영선암에 들렀는데 안에 들어선 후 우리 일행중 입을 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국인의 가슴을 파고드는 선 (禪) 적인 공간구성의 묘미를 거기서 발견했던 것이다." (건축가 승효상) "부석사의 무량수전에서 건너편 산을 바라보며 우리는 현대 도시건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그마한 건축물이 그 앞에 있는 광활한 대지를 아우르는 절묘한 공간배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가 조성룡) 일단의 건축가들이 고건축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 5년전부터 무리를 지어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들은 평소 현대 도시건축물의 몰개성과 미학적.공간적 무질서를 개탄해온 사람들. 이들의 현장답사는 오늘날 한국건축이 안고있는 문제점을 풀어줄 텍스트로서 고건축물을 찾는다는데서 보통의 문화유산 '답사' 와 성격을 달리 한다.

'지금, 여기' 를 위해 그때 그 건축물을 찾아다니는, 고건축에 생명 불어넣기 행사인 것이다.

지난 1일, 1박2일 일정으로 건축가들은 영주와 안동의 고건축물을 찾아 나섰다.

김원.조성룡.민현식.김인철.승효상.김봉렬.오섬훈.김종규.최욱.윤평헌이 그들. 30대 후반부터 50대 중반에 이르는 의식있는 건축가들이다.

서울건축학교 학생들과 예술종합학교 건축과 1학년생 전원도 스승들의 발견을 확인하기 위해 따라 나섰다.

6백76년 창건된 영주 부석사 (浮石寺) 를 오르는 계단 앞에서부터 탄성이 쏟아졌다.

이들이 평한 부석사는 '사람과 자연을 건축물이 어떻게 끌어않고 보듬어주는가를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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