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짜장면 배달원,기업에 살아있는 마케팅 가르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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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6일 오전 서울여의도 쌍둥이빌딩 지하대강당. 월례 특별강연을 기다리던 5백여명의 LG전자 임직원들은 강단에 올라서는 한 청년을 보고 의아해 했다.

군화에 군복을 걸쳐입은 20대의 청년은 아무리 봐도 '강사'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태도는 변했다.

"상대는 경쟁업체가 아니라 바로 손님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최선의 마케팅 전략입니다" "튀어야 합니다.

남을 의식하고 관례에 따라 일하면 안돼요…" . 짙은 전라도 사투리로 진행된 그의 말이 끝나자 정병철 (鄭炳哲) 부사장등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고객이 원하면 전쟁터에도 가야해요. 저는 고려대에서 시위가 있어도 전경과 학생 사이 격전장을 오토바이로 누볐습니다.

" 스스로 문제아였다는 그의 생생한 경험담에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강사는 자장면 배달부 출신 조태훈 (趙太薰.29) 씨. '번개' 란 별명을 가진 그는 올 6월까지 서울성북구안암동 고려대앞 중국음식집에서 약 5년간 배달부로 일했다.

그동안 그는 단골손님에게 무료 티켓을 주는 '중국집 마일리지 서비스' 등 기발한 아이디어와 부지런함을 무기로 인근 15개 중국집 가운데 족탈불급 (足脫不及) 의 실적을 보였다.

趙씨의 뛰어난 마케팅 수완에 감탄한 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그를 마케팅 시간특별강사로 초빙한 것이 계기가 돼 아예 강사로 변신한 것. 지난 달에는 '철가방에서 스타강사로' 란 책을 출간했다.

LG전자 유창렬대리는 "세련되진 않았지만 다른 어느 유명인사 강의보다도 생생하고 감동적이었다" 면서 "살아있는 마케팅전략을 느낄 수 있었다" 고 말했다.

'현장을 배워라' .현장 경험을 통해 보다 생생하고 효과적인 고객만족 마케팅전략을 짜기위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음식점주인.매표구직원등 비전문강사를 잇따라 강사로 초빙하고 있다.

퇴근시간 후에는 관리직원들을 현장에 내보내는 곳도 있다.

㈜보해는 지난달 6일 능라도 여주인 정난희 (45) 씨를 초빙해 영업사원을 상대로 현장경험을 들려줄 기회를 마련했다.

능라도는 한남동에 있는 주꾸미집. 정씨는 이 자리에서 "1주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손님 신발정리를 돕는 보해직원의 끈질긴 판촉에 감동을 받아 곰바우소주를 취급하게 됐다" 는 얘기를 시작으로 자신이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담과 생각을 들려줬다.

임해웅 (林海雄) 보해상무 6일 능라도 여주인 정난희 (45) 씨를 초빙해 영업사원을 상대로 현장경험을 들려줄 기회를 마련했다.

능라도는 한남동에 있는 주꾸미집. 정씨는 이 자리에서 "일주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손님 신발정리를 돕는 보해직원의 끈질긴 판촉에 감동을 받아 곰바우소주를 취급하게 됐다" 는 얘기를 시작으로 자신이 현장에서 겪었던 경험담과 생각을 들려줬다.

임해웅 (林海雄) 보해상무는 "영업사원들에게 현장감을 심어주기 위해 이런 기회를 마련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 며 "앞으로 이런 자리를 더욱 확대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씨의 코치를 영업전략에 활용했는데, 매출이 늘었다는 것. 보해 서울지사의 관리직 80여명은 현재 퇴근후 가게들을 돌면서 심부름꾼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부터 여성의류 판매및 안내사원과 대전엑스포 도우미 출신 직원 4명을 선발, 여사원들을 대상으로 3일 일정의 서비스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에버랜드는 티켓판매사원 출신 이은예 (23) 씨를 관계사직원 교육강사로 활용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책이나 이론으로 배우는 마케팅으로는 고객들과 호흡을 함께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런 방법을 동원하는 것 같다" 면서 경쟁이 가열되면서 이런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원호·유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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