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역사' 르네상스로의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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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한풀이(?)라도 하려는지 유독 미국에는 역사를 재연해 내는 이벤트가 많다.

이 맘 때는 이 땅에서는 겪지도 못했던 르네상스 시대를 재연하고, 가을 들어서는 남북전쟁 재연 이벤트가 여기저기서 펼쳐진다. 한국이야 겨우 역사 드라마나 박물관의 박제된 전시물로만 대할 수 밖에 없는 터여서 이 대목은 부럽기도 하다. 인류 최대의 문예 부흥기였던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가보자.

‘살아있는 역사’(living history)를 주창하는 이 페어는 가까이는 어윈데일의 샌타페 댐에서 북쪽으로는 오하이의 레이크 캐시타스까지 여러 곳에서 열린다.

아주사 일대의 홍수 조절용으로 육군 공병대에 의해 만들어진 샌타페 댐 레크리에이션 에어리어가 이 르네상스 페어의 보금자리다.

호수 주변 20 에이커의 드넓은 대지가 역사 체험장으로 바뀌는데 16세기 세익스피어가 살던 영국 마을과 저자거리 분위기를 그대로 옮겼다.

그 시대를 제대로 재연한 복장을 갖춘 공연자들만 2000명이 넘는데 이전에 들렀던 이들이 자신도 복장을 갖춰 참가하는 바람에 누가 공연자인지 관객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운 옛날을 재연한다.

이들 중에서 대영제국 해군의 부제독이었던 프랜시스 드레이크경이나 셰익스피어 엘리자베스 여왕을 찾아내는 것도 재밋거리.

하루 종일 시가지를 퍼레이드가 지나가고 열 네 곳에 꾸며진 무대에서는 끊임없이 공연이 펼쳐진다.

군데군데 목공과 직공들이 그들만의 공예품을 만들어 내고 음식 부스에서는 갖가지 요리와 음료를 판다. 이 음식들은 직접 만든 것으로 와인 맥주 배와 딸기 등으로 맛을 낸 사이다 등 맛보아야 할 옛날 영국식 먹거리가 널렸다.

100여명의 공예가들은 제각기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입으로 불어서 유리병을 만들고 종이를 만들기도 한다. 대장장이는 동전을 만들고 목수는 가구를 만든다. 물론 이것들을 살 수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게임이나 놀이기구도 많다. 특히 날마다 열리는 군사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16세기 군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일대의 호수는 그 크기가 70 에이커에 달하는데 당연히 그 시대의 항구가 들어선다.

16세기 영국의 항구인 뎁트포드(Deptford)의 모습을 재현했는데 전세계에서 가져온 갖가지 진귀한 보물들이 전시된다. 그 시대 항구가 그랬듯이 해적과 중국인 선주 모로코 무희 인디언 공주들을 만날 수 있다.

빨래터를 재현한 연못가에선 여인들이 수다를 떨며 빨래를 하고 있고 좀 떨어진 곳에선 기사들이 칼싸움을 벌이고 있다. 요란한 나팔소리가 들리면 엘리자베스 여왕이 귀족들을 거느리고 거리행차를 한다.

매년 2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이 르네상스 플레저 페어는 다음 주 토요일(4일) 시작해서 5월 17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13세 이상 어른 25달러 5~12세까지는 15달러. 공원입장료 8달러만 내면 주차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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