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오 10주기 유고 평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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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문학평론가 설초(雪草) 김준오(1937∼99)의 미출간 원고들을 묶은 평론서 『현대시와 장르 비평』(문학과지성사)이 그의 10주기에 맞춰 최근 출간됐다.

설초가 쓴 『詩論(시론)』은 시인들이 추천하는 시 입문 이론서다. 하지만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던 연구 영역은 ‘장르 비평’이다. 그는 문학사를 문예사조의 역사나, 김춘수의 경우처럼 기교나 문체의 발달사쯤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문학 장르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할 수 있는 문학적 관습이자 제도라는 인식 하에 그 변천 양상에 주목했다.

다섯 편의 글을 묶은 유고집 1부 ‘현대 시사와 장르 비평’은 장르 변천사를 통해 현대시의 역사를 개괄한다. 가령 ‘시 장르의 해체와 혼성 장르’에서는 유하의 『무림일기』 시편들이 무협소설·만화·영화 등 대중예술을 패러디했다고 진단한 후 이런 패러디는 “상업주의나 세속적 타락에 연루되면서 비평적 거리를 취하는 모순된 양면성”을 띤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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